‘붕괴 위험 없다’ 판단, 코레일 통보
승객 태운 열차 59대 무방비 운행
철거 순서, 계획서와 다른 정황도
사고 구간 철거 완료, 열차 운행 정상화
3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사이를 KTX 열차가 지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달 26일 철거 과정에서 무너진 고가차도의 구조물 철거를 마치면서 사고 여파로 중단됐던 열차 운행이 이날부터 모두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의 붕괴 당일 철거 시공사가 앞서 발생한 2.9cm의 단차에도 불구하고 이를 ‘열차 운행 중단이 필요한 위험 작업’이 아니라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고 직전까지 승객을 태운 열차 59대가 고가차도 아래 선로를 그대로 통과했지만 별도의 안전조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시공사인 흥화는 사상자 6명이 발생한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오전 8시 18분 안전진단을 시행하기에 앞서 코레일과 작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당일 오전 2시 30분에 철거 작업 중인 서소문 고가도로 상판이 2.9cm가량 내려앉아 이에 대한 안전진단 작업을 승인받으려는 협의였다.
흥화는 이때 작성한 철도운행안전협의서에 안전진단 작업을 ‘위험지역 외 작업’으로 분류해 표기했다. 작업 사유에도 상판이 내려앉아 붕괴 위험이 있다는 내용 없이 ‘슬래브 전도방지 설치’라고만 기재했다. 또 작업 전 확인 사항 가운데 열차 선로 차단 필요 여부를 묻는 ‘사용중지 대상 확인’ 항목에도 해당 사항 없음을 뜻하는 ‘―’ 표시를 적어 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열차는 정상 운행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2시부터 사고가 발생한 오후 2시 33분까지 총 166대의 열차가 사고 구간 아래 선로를 통과했고, 이 중 승객이 탑승했던 열차는 59대였다.
상판과 교각 철거 작업이 당초 시공계획서와 다른 순서로 진행된 정황도 확인됐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서소문고가 철거 시공계획서’와 설계도면에 따르면 철거 작업은 고가차도 양쪽 끝에서 시작해 사고 지점 방향으로 순차 진행하도록 돼 있었다. 사고가 난 상판(S9) 구간은 다른 상판과 교각이 모두 철거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작업하겠다고 계획한 것. 그러나 사고 전 충정로 방향 상판 1개(S8)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난 S9 구간 절단 작업이 진행됐다. 서울시는 “현장 여건상 흙 반출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철거 순서가 바뀌어 S8·S9 구간이 함께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실제 작업이 시공계획서와 일치했는지, 단차 발생 이후 위험 징후 대응 절차가 적절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S9 구간 내부의 세부 해체 순서나, 위험 징후 발생 시 작업 점검 및 보강 절차도 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며 “이 같은 대응 기준 부재가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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