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E’ 샘플을 실은 화물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E’의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공급했다고 29일 밝혔다. 2월 HBM4(6세대)를 세계 최초 양산 출하한 지 3개월 만이다.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HBM4E 12단 샘플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외에도 AI 가속기에 HBM을 탑재하는 여러 글로벌 빅테크에 샘플을 공급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BM4E는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 등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될 예정인 고성능 메모리다. 삼성전자는 3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서 HBM4E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고객사의 제품 개발 일정에 맞춰 HBM4E 양산 공급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등 보유 역량을 총동원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HBM4E는 10nm(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급 6세대 미세공정(1c)을 적용한 D램을 사용한다. D램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면서 HBM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로직 다이’는 파운드리의 4nm 공정을 쓴다. 이는 이미 양산 중인 전작 HBM4와 같은 구성이라 HBM4E 역시 빠르게 양산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HBM4E. 삼성전자 제공 전반적인 구조는 유사하지만 HBM4E는 성능과 효율 등 다방면에서 전작보다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HBM4E가 최대 16Gbps(초당 기가비트)의 속도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1초당 최대 16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의미로, HBM4보다 20% 이상 향상됐다. 또한 HBM4E는 전작보다 초당 0.3TB 증가한 초당 3.6TB(테라바이트)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저전력 설계와 패키징 구조 최적화를 통해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을 16% 높이기도 했다. 이번 샘플은 12단 적층 구조로 48GB(기가바이트) 용량이지만, 향후 고객사 요구에 따라 8단(32GB), 16단(64GB)으로 제품군을 넓힐 수 있다.
업계는 샘플 공급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앞서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개발담당 부사장은 GTC 2026 현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HBM4E 로드맵은 3분기(7~9월)에 샘플을 받고, 올해 말부터는 양산을 하는 것”이라며 “그 일정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BM4E의 예상 샘플 공급 시점이 3분기였지만, 이를 2분기(4~6월)로 앞당긴 것이다. 이에 따라 양산 출하 일정 역시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BM은 고객사와 제품을 공동 검증하고, 고객사 제품에 최적화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샘플 공급 시점이 향후 양산 진입 시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월 세계 최초 양산 출하한 HBM4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HBM4는 최종 인증 단계인 SiP(시스템 인 패키지) 테스트에서 11.7Gbps로 업계 최고 수준 속도를 내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황 부사장은 “HBM4 양산 성공에 이어 차세대 HBM4E 샘플 공급까지 차질 없이 완수했다”며 “앞으로도 선제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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