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지자체 재산매각 심의’]
시군구 245곳중 41곳만 기금 적립
일반 세외수입 처리해 추적 어려워
“미래자산 투명한 관리-재투자해야”
전국 지방자치단체 6곳 중 5곳은 매각 금액을 관리할 별도 기금조차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지자체가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 등에 투자해야 할 자산을 당장의 구멍 난 세수를 메우는 소비성 경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공유재산법은 지자체장이 ‘공유재산관리기금’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매각 수익을 특별회계로 관리해 재산 취득에 재활용하고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정부 역시 2023년부터 매각액의 최소 10%를 기금에 적립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14일 동아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와 시군구 245곳 중 기금을 운용하는 곳은 41곳(16.7%)에 불과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발 사업에 따라 개포동과 자곡동 땅 79필지를 팔아 402억 원을, 서울 성북구는 장위동 80필지 등 27건의 매각으로 669억 원을 각각 벌었으나 이를 전부 일반 세외수입으로 처리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기금의 용도는 따로 없고, 수입을 뭉뚱그려 예산을 편성하므로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의 사용에 대한 원칙이 없다 보니 용처를 두고 지역 내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전북 전주시는 송천동 에코시티 공공청사 용지 매각액 287억 원을 다른 재개발 사업의 보상금으로 활용했다가 시의회의 반발을 샀다. 최명권 전주시의원은 지난달 18일 본회의에서 “지역 내 자산을 매각했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은 최소한 해당 지역 주민의 미래를 위해 먼저 쓰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전주시는 “추경 편성 시 발생한 세출 수요에 따라 매각액을 활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재산이 시민의 공용 재산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와 재투자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매각액을 일반회계로 편입하면 지자체장의 민원 해결용 ‘쌈짓돈’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드시 또 다른 땅과 건물을 사는 데 쓰진 않더라도, 어느 분야에 투자돼 어떤 효과를 냈는지 근거를 남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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