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하다 40억달러 증발…외환보유액 10위권서 밀려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3일 20시 57분


지난달 韓 외환보유액 39.7억 달러 감소
그럼에도 달러 대비 원화가치 6.3% 폭락
한은 “4000억달러 넘게 보유, 여유 있다”
금융권 “고유가 계속땐 1600원대 가능성”

미국·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환율 불안으로 시장안정화 조치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두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36억 6000만 달러로, 전월 말(4276억 2000만 달러) 대비 39억 7000만 달러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6.4.3/뉴스1
미국·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환율 불안으로 시장안정화 조치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두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36억 6000만 달러로, 전월 말(4276억 2000만 달러) 대비 39억 7000만 달러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6.4.3/뉴스1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0억 달러 가까이 감소한 것은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면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는데,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에만 6.3%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유독 크게 평가 절하됐다. 이같은 과도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환율 방어용 실탄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당국의 시장 개입 효과가 떨어지고,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이어져 환율 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3월 한달 새 원-달러 환율 90.4원↑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27일 1439.7원으로 주간거래(오후 3시 반 기준)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530.1원으로 마감했다. 한 달 새 90.4원(6.3%) 치솟은 것이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4% 올랐는데 원화 가치는 훨씬 더 가파르게 하락한 셈이다. 지난달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 폭은 한은이 집계하는 43개국 통화 가운데 이집트(―13.6%)와 남아프리카공화국(―8.0%), 헝가리(―6.4%) 다음으로 컸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92.5원으로 미국발 관세 충격이 덮친 지난해 4월(1441.9원)은 물론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1488.9원)도 넘어서며 역대 네 번째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의 경계감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런 탓에 적극적인 당국의 시장 개입이 이어지면서 39억7000만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증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공단과 한은의 ‘외환스와프’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한은에서 최대 650억 달러까지 빌릴 수 있는 외환스와프 제도를 활용해 시장의 달러 수요를 줄이고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춘다. 국민연금의 환율 방어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빌려주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두 계단 하락했다. 올해 1월 말 세계 10위에서 2월 말 12위로 떨어졌는데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건 한은이 관련 순위를 집계해 발표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3월 말 기준으로는 순위가 더 하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 “외환보유액 아직까지 여유있는 수준”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3.25포인트(2.74%) 오른 5377.30에, 코스닥은 7.41포인트(0.70%) 상승한 1063.75로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4.5원 내린 1505.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2026.4.3/뉴스1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3.25포인트(2.74%) 오른 5377.30에, 코스닥은 7.41포인트(0.70%) 상승한 1063.75로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4.5원 내린 1505.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2026.4.3/뉴스1
한국의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는 4월에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홍해 봉쇄 등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일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환율은 16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현재 환율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 해소되는 만큼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당국은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236억6000만 달러)이 4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만큼 환율 방어 여력이 아직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상당히 여유있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장기화 되는 국면에서 외환당국 시장 개입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간 환율을 끌어내릴 수는 있지만 지속성이 떨어지고, 반복적으로 개입하면 외환보유액 감소 부담이 커진다. 외환보유액이 과도하게 줄어드는 추세가 보이면 오히려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더 커져서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고환율로 인해 정부의 통화·재정당국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한은의 물가 관리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환율이 높아서 금리를 내리는 게 어려워지는 등 통화 정책에 제약이 생기니 ‘추경’이라는 정부의 재정 정책 효과도 크게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유 가격이 꺽이지 않고 있어 4월 이후 물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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