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라 하메네이 사망,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연이은 소식이 전해지며 국제 유가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국내 정유업계는 단기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수입로 검토, 미국산 원유 비중 확대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격 개시를 공식화했다. 뉴스1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이 전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와 함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긴장감으로 인해 이미 올해에만 20% 가까이 오른 상태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27일 기준 72.4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종가다.
주말간 국제 유가 선물시장도 휴장한 가운데 유가 상승을 실제로 확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주요 외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원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에너지 분석팀은 “중동 안보 상황 악화로 인한 잠재적 공급 차질 위협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호르무즈 해협. 동아일보DB 우선 국내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의 진위를 파악하는 한편, 현재 운항 중인 유조선의 안전 여부 등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운데 약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석유협회의 ‘2025년 12월 석유수급 동향’ 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해외에서 도입한 약 10억2800만 배럴의 원유 가운데 69.1%가 중동산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사실로 확인되고, 장기화될수록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에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는 비축유를 확보해두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급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에 원유 순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 비축량은 약 1억 배럴로 117일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는 민간기업의 비축유를 제외한 수치로, 민간 기업들이 비축하고 있는 원유까지 합하면 200일 이상의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비축유’는 국내 비축분을 단 1배럴도 해외로 수출하지 않고 연료용 석유제품으로만 활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산정한 수치다. 국내 석유 수요의 절반 가량이 석유화학의 원재료인 ‘나프타’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축량은 이에 못 미칠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실질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산 원유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루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에 따라 육상운임이 추가되고 운송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미국산 원유의 수입을 늘리는 대안도 거론된다.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로 원유를 많이 수입한 국가다. 다만, 중동산 원유의 대체품으로 여겨지는 미국산 원유 또한 가격 상승 여지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어떤 대안을 택하더라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하루빨리 중동 정세가 안정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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