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도 다시 뛴다]
삼성-SK하이닉스 80조 원 투입… HBM4 등 AI 메모리 분야 투자
CES서 ‘아틀라스’ 공개 현대차… 외신들 “제조 현장 혁신 기대”
LG전자, AI ‘엑사원’ 접목 속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의 파고가 거세다. 불확실성이 큰 대외 환경에도 국내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는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해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조직 내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온 ‘K-기업’의 DNA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
적자 터널을 뚫고 인공지능(AI) 반도체 황금기를 맞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비 투자에 약 80조 원대 예산을 투입하며 ‘초격차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15만 전자’를 넘어선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 HBM4를 납품하기 위한 양산에 돌입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파운드리 사업은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기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회를 성과로 이어가자”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을 전략으로 삼아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HBM3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점유율을 보유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선행 기술과 차세대 제품을 한발 앞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가 AI 반도체의 수요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최근 AI가 물리적 세계로 넘어오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6’에서는 현대차와 LG의 피지컬 AI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자동차 관세와 높은 환율로 전례 없는 경영환경 변화를 겪었던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았다. 앞서 올해 현대차는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적인 무역 전쟁이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경영환경과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체질 개선”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는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한 뒤 로봇 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CES에서 공개한 아틀라스는 어깨와 팔꿈치 관절을 180도 이상 돌릴 수 있어 크게 향상된 자유도를 보여줬으며 인간 수준의 보행 능력을 보였다. 당시 해외 외신은 아틀라스를 향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휴머노이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사업을 차에서 로봇까지 확장하며 제조 현장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LG전자도 LG AI연구원이 개발한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을 중심으로 가전에 AI를 접목하면서 본격적인 피지컬 AI 시대를 예고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빨래를 개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생활에 밀접한 휴머노이드 기술을 선보였다. 클로이드는 허리 각도를 조절해 키를 105㎝에서 143㎝까지 바꿀 수 있고 87㎝ 길이의 팔로 비교적 높은 곳에 있는 물건도 집을 수 있다. 산업용으로 개발된 아틀라스와는 다르게 가정에 특화된 로봇이다. 하체도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지만 클로이드는 안전을 위해 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한화그룹도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원천기술’ 확보를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AI, 방산, 우주항공의 원천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핵심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해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100년을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미국과의 조선 산업 협력 ‘마스가(MASGA)’를 기반으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협력 과제를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한미 관계의 핵심축 역할을 수행해 군함, 해구진잠수함 건조 등 양국 협력의 폭을 넓혀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이 자국 우선주의로 재편되면서 안보와 직결된 에너지 사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서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며 롯데그룹은 고부가 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나섰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롯데케미칼은 이제 수소에너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의 합작사인 롯데SK에너루트는 2024년 첫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인 ‘울산하이드로젠파워2호’를 준공하고 수소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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