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브 “유럽 무기는 유럽에서”
폴란드 잠수함 사업 韓 제치고 따내
유럽 국가들, 미사일 등 생산 속도전… 佛-獨 등 수백조 쏟아 군비경쟁도
업계 “K방산, 경쟁 피하기 어려워”
KNDS 전차 ‘르클레르 XLR’ KNDS홈페이지 캡처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지원을 위해 캐나다에 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특사단은 27일(현지 시간) 캐나다 정부에 산업 협력 및 투자 방안을 쏟아냈다. 사업 당사자인 한화그룹과 HD현대는 물론이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수소 생태계 협력 방안을 제안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특사단이 이렇듯 다급해진 이유는 지난해 11월 폴란드 정부의 신형 잠수함 3척 도입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화오션 등 ‘팀 코리아’는 건조 비용만 약 4조 원(100억 즈워티), MRO 사업까지 포함하면 14조5000억 원(360억 즈워티) 규모의 사업에서 약체라 여겼던 스웨덴 ‘사브(Saab)’사에 밀렸다. 사브는 폴란드 해군의 주 활동 지역인 발트해에 최적화된 모델을 제안하는 동시에 ‘유럽 국가는 유럽 무기’란 논리를 앞세워 사업을 따냈다.
이처럼 최근 유럽 방산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생산 시설을 정비하고 신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 내에서 유럽산 무기를 생산하고 구매해 무장하겠다는 ‘바이 유러피안’ 기조도 함께 공고해지고 있다.
가장 빠르게 생산 시설이 확충되는 분야는 포탄 등 탄약이다. 이미 독일의 탄약회사 ‘라인메탈’ 등이 155mm 포탄 생산능력을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7년까지 연간 150만 발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프랑스와 독일 합작사인 KNDS도 155mm 포탄 생산 설비를 3배로, 자주포 생산 능력은 연 15대에서 60대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유럽 각국의 방산기업들이 합작해 설립한 무기체계 및 미사일 기업 MBDA도 독일 남부 바이에른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투자국으로부터 1000기 이상의 요격 미사일 구매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생산을 시작해 내년에는 첫 제품을 인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해 유럽 37개 방산기업의 150개 생산시설 면적 변화를 위성 사진으로 조사한 결과 2021년 79만 ㎡이던 시설 면적은 지난해 280만 ㎡로 넓어진 것이 확인됐다. 기존 군사 강국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과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내 군비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중순 가진 새해 연설에서 “자유를 유지하려면 두려움을 주어야 하고, 두려움을 주려면 강해야 한다”며 2027년까지 640억 유로(약 109조 원)를 들여 방공시스템, 전투용 드론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도 국방예산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4% 수준에서 2029년까지 3.5%로 늘리는 재정계획을 통과시켰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럽의 방산기업 재정비가 단기간에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폴란드 등 급하게 무기를 도입해야 했던 국가들도 중장기적으로는 (유럽)권역 산업 주권 확보 논리를 앞세워 권역 내 무기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 방산기업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방산기업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은 지금까지 무기 개발이나 생산을 안 한 것이지 못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경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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