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1.16.[서울=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반도체 부문의 실적 반등과 주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에게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도 높은 위기 의식과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회장이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주요 내용을 성우 내레이션과 자막 등의 형태로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영상을 통해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실적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의식과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주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하며 오랜 부진을 벗어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단일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시대를 열었고, 연간 매출도 332조77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동안 5만 원 대에 머물렀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15만 원을 넘겼다.
하지만 실적과 주가가 빠르게 회복됐음에도 이 회장이 임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언급한 것은 삼성의 근원적 경쟁력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분기 기록적인 영업이익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같은 대외적 호재에 크게 의존한 면이 크다고 본 것이다.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그룹 전반의 체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반도체 등 부품 가격 상승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 제시된 영상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이 다시 등장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는데, 이 회장이 이를 다시 꺼낸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를 넘어 현재는 미·중 패권 경쟁까지 더해져 대외 환경이 더욱 심각해졌음을 환기한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의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인공지능(AI) 중심 경영을 통한 미래 시장 선점 △초격차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우수 인재 확보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혁신을 꼽았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인력개발원 주관으로 조직 관리 및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지난해 ‘역전에 능한 삼성인’을 강조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실질적인 재도약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삼성은 2016년 이후 중단됐던 전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를 지난해부터 재개하며 ‘삼성다움’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강력한 위기 의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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