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와 석재는 연간 수천만 t에 달하지만 대부분 매립되거나 방치된다. 채석장의 천연석 부스러기 역시 재활용되지 못한 채 버려진다.
비지에코 이규형 대표(사진)는 철거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골재와 폐가전, 패각류를 오랜 시간 지켜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천연석 기반 건축자재가 버려지는 걸 보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폐자원을 고급 건축 마감재로 재탄생시키는 기술로 환경보호와 디자인 경쟁력을 동시에 실현하는 비지에코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비지에코는 철거 현장에서 나오는 폐콘크리트와 석재를 분쇄한 뒤 색상별로 분류해 건축 마감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시킨다. 특히 폐가전을 파쇄해 일정 크기로 가공한 뒤 특수 에폭시 혼합물과 배합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하는 ‘디자인형 순환소재’ 기술은 특허까지 획득했다. 친환경성과 고급스러운 질감, 맞춤형 생산을 모두 구현한 이 기술로 현재 롯데, 현대, 두산, SK,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과 거래하며 백화점, 호텔, 리조트, 공항 등 고급 공간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비지에코만의 독보적인 혁신은 최근 자체 개발한 ‘저발열·무황변 고투명 레진 수지’ 기술에 있다. 일반적인 합성 레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투명도가 떨어지고 누렇게 변하는 황변 현상과 취약한 내구성이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다. 이 회사는 이런 단점을 완전히 극복하고 높은 투명도와 색의 안정성, 지속성을 확보한 레진 수지를 개발해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 이 기술의 활용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대형 조명물, 공공 예술 설치물, 인테리어 소품, 고급 디자인 제품은 물론 레진 기반 공예 작품, 예술 및 전시용 조형 오브제 등 고내구성과 투명도를 요구하는 대형 조형물 및 장기 설치물 분야에서 두루 활용 가능하다.
이 대표는 “폐자원과 레진을 접목해 차별화된 조형물과 친환경 예술 오브제를 개발하면서 사업 전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도 활짝 열리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몰드 제작을 위해 중국 시장을 직접 방문했다가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전문 몰드 제작 업체를 찾기 어려웠던 현지에서 오히려 레진 수지를 수출해달라는 역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그는 “특허등록이 완료되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출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조개껍데기, 전복껍데기 등 패각과 레진을 결합한 제품을 함께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매출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생산 체계의 대전환도 눈앞에 뒀다. 현재 비지에코는 수작업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지만 내년부터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대량 공급 체제로 전환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해 친환경 자재 인증도 취득할 예정이다. 관급공사에서 친환경 자재 사용 비율이 10∼20% 수준으로 의무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시장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다. 비지에코는 2∼3년 내 자동화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R&D기업 인증과 벤처기업 전환을 추진해 연 매출 50억∼1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버틴 사람만이 본질을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가장 맞는 말입니다.” 이 대표의 철학처럼 비지에코는 버려진 폐자원을 아름다운 가치로 변화시키며 순환 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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