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주물업계가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 섰다. 전통적인 목형과 몰드(주형) 제작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형상 구현에 한계가 있어 왔다. 최근 글로벌 주물 시장에서는 ‘샌드 3D프린팅’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과 맞춤형 제조가 증가하면서 신속한 시제품 제작과 생산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샌드 3D프린터 도입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알루미늄 주강 업체인 ㈜성신엠텍 현장에서 이용규 ㈜프린스타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샌드 3D프린터 설치 작업에 한창이다. 프린스타는 중국 암스키테크놀로지와 기술제휴로 한국형 샌드 3D프린터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주물업계의 생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목형 제작 없이 바로 주형을 만들 수 있어 납기가 획기적으로 단축됩니다.” 이 대표는 샌드 3D프린터가 주철·주강은 물론 인테리어 소품, 건축자재, 예술 조형물 제작까지 활용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했다.
프린스타는 2004년부터 암스키의 CTP(컴퓨터 인쇄판 출력기) 한국 총판으로 활동하며 인쇄기 분야에서 130여 대의 공급 실적을 쌓아왔다. 지난해 암스키와 샌드 3D프린터 기술협약을 체결한 뒤 국내 주물업계 수요를 파악하며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섰다.
AMSKY S1800을 이용해 만든 엔진 실린더블록.
핵심은 노즐과 바인더 기술이다. 암스키는 인쇄 분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7년 중국 내 자체 노즐 제조 기술을 확보한 유일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카오화학과 협력해 개발한 노즐 직접 생산 능력은 기술 우위를 입증하는 지표다. 프린스타 역시 카오화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프린스타 샌드 3D프린터’ AMSKY S1800 모델을 국내 환경에 맞게 출시했다.
프린스타의 차별화 포인트는 한국 주물업계가 사용하는 모래 특성에 최적화된 솔루션 구축이다. 주강, 주철, 동, 알루미늄 등 다양한 주물 작업에서 기존 목형과 화평(평탄화) 공정을 생략하고 자유로운 형상의 주형을 제작할 수 있다. 재질에 구애받지 않는 범용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춰 양산 체계 구축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올해 프린스타의 납품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7월 김포 소재 주강업체 ㈜삼리에 AMSKY S1800 모델 2대를 공급한 데 이어 11월에는 인천 남동공단 ㈜성신엠텍에 같은 모델 1대를 추가 납품했다. 양산용 샌드 3D프린터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프린스타 샌드 3D프린터 중자 출력물.
무엇보다 자체 유지보수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프린스타는 판매부터 설치, 사후관리까지 외주 없이 자체 엔지니어가 처리한다. 해외 본사에 의존하는 일반 수입업체와 달리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2∼3개월 주기의 정기 점검과 노즐 수명 무한 보증 서비스로 고객 신뢰를 쌓는다.
이 대표는 “샌드 3D프린터는 자동차처럼 사전 관리와 사후관리가 생명이다. 철저한 정기 점검과 무한 보증으로 프린터 안정성을 보장하고 기술 진보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프린스타 샌드 3D프린터 중자 출력물.
인쇄기계 분야에서 시작해 이제는 제조업 혁신의 최전선에 선 프린스타. 2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과 고객 신뢰를 토대로 한국 주물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옛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여정의 중심에 프린스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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