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6월 한시 시행…해외 맴도는 달러 국내 유입 인센티브
美 연준 금리 수준 이자 지급…외환건전성 부담금 전액 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한국은행이 1480원을 넘나들며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외화지급준비금(외화지준)에 이자를 지급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실시하기로 했다.
달러가 국내에 머물도록 ‘이자’라는 당근을 제공하고 ‘부담금’이라는 비용을 깎아주는 유인책을 통해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거주자의 해외 투자 확대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오전 임시회의를 열고, 한시적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와 한시적 외화지준 부리(이자 지급) 실시 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와 한은이 전날(18일) 발표한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우선 금통위는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하는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은행이 외화지준을 한은에 쌓아도 별도의 이자를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준용해 이자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이는 은행들이 해외에서 운용하던 외화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한은에 예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미 연준의 정책금리 목표 상단이 연 3.5~3.75% 수준인데, 은행들이 단기 외화자금을 미국 국채 등으로 운용할 때보다 한은에 예치할 때 금리 메리트가 있다면 자금이 국내에 머물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를 통해 은행뿐만 아니라 비금융기관이나 개인들이 해외에서 운용 중인 외화예금도 국내로 유입되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은행이 한은으로부터 이자를 받게 되면, 기업이나 개인 고객에게도 더 좋은 조건의 외화예금 금리를 제공해 달러를 국내 금융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논리다. 윤 국장은 “기업이나 개인들도 해외로 내보낼 자금을 국내에 ‘파킹(예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같은 기간 금융기관에 부과하던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전액 면제한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금융기관의 비예금성외화부채 잔액에 대해 부과하는 것으로, 잦은 외화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구체적으로 잔존만기 1년 이하 비예금성외화부채에 대해 은행은 10bp(0.1%p), 증권·카드·보험사 및 지방은행은 5bp(0.05%p)씩 부과되던 부담금이 내년 상반기 동안 전액 면제된다.
윤 국장은 “부담금 면제는 도매금융(Wholesale funding)을 통해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 오는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라며 “약 10bp(0.1%p)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해 금융기관의 차입 비용이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낮아진 비용으로 달러를 들여오면 국내 외환 공급 여력이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과거 금융위기 때와 같은 ‘자본 유출’ 대응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국장은 “과거 위기 상황처럼 긴급하게 외화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며 발생한 수급 불균형이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가 밖으로 나가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재개된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를 뒷받침하는 성격도 짙다. 윤 국장은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높이고 스와프 물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은 입장에서는 외화지준 이자 지급을 통해 들어온 달러 유동성을 국민연금 스와프 물량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며 정책 간 시너지를 강조했다.
한은은 이번 대책이 전날 정부가 발표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유예 △외국계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책과 맞물려 외환시장 수급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국장은 “정부와 한은의 여러 조치가 연결(Coordinate)돼 있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당장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수급 개선이 관측되고 심리적 변화가 맞물리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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