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금거래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2025.11.18/뉴스1 ⓒ News1
전문직에 종사하는 허모 씨(39)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린 뒤, 미국 비트코인 관련 주식을 샀다. 하지만 약 한 달 간 수익률은 ㅡ50%. 허 씨는 “코인 관련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봐 아내에게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말 증시 상승 기대감에 은행 마이너스통장(마통)이나 증권사 신용공여를 동원해 증시에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열풍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산타 랠리’ 전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27조3912억 원이었다. 이달 5일 27조 원을 넘어섰고, 10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27조4065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신용공여 잔고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빌려준 자금 중 아직 상환되지 않고 남아있는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신용융자 잔액도 늘어난다. 특히 코스닥 신용공여 잔고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기대감에 11일 10조19억 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은행에서 빌린 자금도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11일 기준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582억 원이다. 이달 들어 마통 잔액은 하루 평균 613억 원꼴로 불어났다. 이는 11월 하루 평균 증가액(205억 원)의 약 3배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주식이나 금, 비트코인 등 다른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주택 영끌족’도 마이너스통장을 찾는다. 6·27, 10·15 대책 등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마이너스통장으로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수요자들도 상당하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불어나다 보니 가계 부채를 옥죄는 규제에도 11월 현재 5대 은행 중 KB국민·신한·하나 등 3대 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올해 목표치를 넘긴 금융사에 내년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을 깎는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빚투’ 열풍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의 목소리도 있다. 이 같은 ‘빚투’는 주가 상승 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납부를 요구하거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할 수 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의 경우 단순한 기대를 넘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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