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 실적부진에… 브레이크 걸리는 ‘친환경’

  • 동아일보

4배 비싼 지속가능항공유 꺼리고
친환경 항공기 제작도 속속 포기
‘2050년 탄소배출량 0’ 실현 불투명
업계 “친환경 투자에 정책 지원을”


최근 전 세계 항공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항공업계의 친환경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습이다. 비용 부담으로 지속 가능 항공유(SAF) 사용도 계획만큼 늘리지 못하고 있고, 항공기 제작사들은 친환경 항공기 개발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탄소중립’ 계획을 시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AF는 폐기름, 동·식물성 유지, 농업 부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와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가량 줄일 수 있어 항공업계에서는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국제민간항공사협회(IATA)가 6월 공개한 항공연료 가격을 보면 SAF의 가격은 t당 2691달러(약 381만 원) 수준이다. 일반적인 항공연료 ‘JET A-1’의 4.2배에 달한다. 이렇듯 SAF가 너무 비싸다 보니 항공사들이 사용을 꺼리고 있다. 유럽 항공 당국은 올해 말까지 SAF 사용 비율을 전체 연료 사용량의 2% 수준으로, 2030년까지는 6%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IATA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항공사 기준 SAF 사용 비율은 현재까지 0.7%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2050년까지 전체 탄소 배출 감축량의 53%를 SAF 사용으로 상쇄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SAF 사용이 늦어지면 탄소중립 시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들은 친환경 항공기 개발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보잉은 올해 상반기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기 대비 10% 이상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X-66A’ 기종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미우주항공국(NASA)과 공동 개발하며 시범 기체 제작을 위해 중고 비행기까지 사들였지만 계획을 무기한 접은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보잉은 이 항공기 개발 인력들을 737-10, 777X 등 최신 항공기의 감항성(안전 운항능력) 인증을 받는 데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에어버스 역시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전기 항공기 ‘ZEROe’ 개발 프로젝트를 10년 이상 미루기로 했다. 현재 기술로는 비행거리가 짧고 승객도 100명을 채 못 태울 것으로 예상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에어버스의 자회사 ATR 역시 2032년으로 예정했던 하이브리드 항공기 출시를 연기했고, 순수 전기 소형 항공기를 개발 중이던 미국 에이비에이션도 올해 초 직원을 대거 해고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항공업계와 정유업계에서는 비용 증가와 설비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친환경 경영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미국은 SAF 생산 정유회사에 갤런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도 SAF 시설투자 및 판매에 최대 40%의 법인세액을 공제해 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유사한 지원책이 마련되면 설비 투자나 사용 비중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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