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한 식당에서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출장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출장기자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발 관세 폭탄에 따른 글로벌 무역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극적 타결없이는 끝내기 어렵다고 봤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진다면서도, 기회를 위기삼아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수출 일변도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5일(현지 시간) 이 총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세계 주요 인사들과 미팅을 해본 결과 미국이 다른 나라의 관세를 다 낮춰도, 중국과 상호 100% 이상의 관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경기 하락 위험이 줄지 않는다”며 “대체로 미국과 중국의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인다”고 말했다.
전세계 제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마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많은 나라들이 경제 성장률을 낮췄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는 아니”라며 미·중 관세 협상이 타결돼서 글로벌 경기 반등을 꾀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기가 더 빠르게 식는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관세 인상과 관련해서 2월 예측이 결과적으로 낙관적이었다”라며 “그간 미국의 조치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얼마나 더 영향을 미칠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 전망도 기존 한은 전망치(0.2%)보다 낮은 ―0.2%에 그쳤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최종적으로 얼마나 낮출지, 어느 정도 속도로 낮출지는 금융시장과 경제 상활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미 협상에서 환율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미국의 재무부가 별도로 협상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환율은 정치화 되기 쉬운데 전문가들끼리 협상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 무역 분쟁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는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해왔다”며 “이참에 내수도 활성화하고 수출도 몇몇 산업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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