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규제 피한 경매시장, 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8일 03시 00분


토허제 후 투자 목적 매수세 위축
경매 취득 시 실거주 요건 적용 안 돼
경매시장 진입 늘어 낙찰가율 상승 견인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최근 서울 송파구 마천동 30평대(전용면적 84m²) 아파트가 경매로 낙찰됐다. 감정평가액은 11억4000만 원이었으며 두 차례 유찰로 최저 입찰가격은 감정가의 64%인 약 7억3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해당 아파트는 송파구 끝자락에 있어 매매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선호도가 높은 송파구였지만 두 번이나 유찰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 3회 차 매각기일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매매시장에서 형성된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 낙찰되면서 전 회 차 입찰 가격을 훌쩍 넘긴 금액에 낙찰됐고 21명이 입찰에 참여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송파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한 직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매시장으로 쏠리면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단지 2200여 개를 토허제로 확대 및 재지정했다. 단기적인 과열을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흐름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부동산 경매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허제로 지정된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고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투자 목적의 매수세는 위축되고 거래량 감소와 단기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가 2월 토허제에서 해제된 직후 상승거래가 잇따른 바 있고 집주인들은 당분간 높은 호가를 유지하려 할 수 있다.

매매시장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매시장으로 옮겨간다. 경매로 취득하면 토허제 내 아파트라도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실거주 요건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토허제 내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매매시장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에 낙찰된 사례가 다수 있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주거 선호도가 높다 보니 경매시장에서 꾸준히 높은 낙찰가율을 보여온 지역이기도 하다. 토허제 확대 지정으로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의 경매시장 진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월 토허제 해제에 따른 가격 상승의 여파는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외곽 지역까지 영향을 끼쳤다. 인근 지역인 강동구와 성동구, 광진구 아파트의 지난달 평균 낙찰가율이 모두 100%를 넘었다. 한동안 약세를 보였던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아파트 낙찰가율도 90%를 넘기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풍선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지역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대출 제한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장기화되면 매수 심리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 단기적인 흐름에 따르기보다 장기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아파트 낙찰가율#투자 목적 매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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