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등 의무지출 해마다 급증
경기부진에 2년간 세수 87조 ‘펑크’
올해 78조 국세감면, 재정 우려 키워
내년 정부 예산이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랏돈 씀씀이는 계속 늘어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고령화 등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중장기 의무지출 소요를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영계획안 작성 지침’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소비, 투자 등 내수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민생 안정과 경기 진작을 중점 지원하겠다”며 재정의 마중물 역할 수행을 내년 예산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 700조 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미 정부는 ‘2024∼2028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서 2026년 예산을 704조2000억 원으로 잡은 바 있다. 올해 예산안(677조4000억원)보다 4.0% 증가한 규모로, 이대로 예산이 편성되면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기게 된다.
나라 예산이 처음으로 600조 원을 넘어선 지 4년 만에 700조 원대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건 복지 등 정부가 의무로 부담해야 하는 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의무지출 비중이 2024년 52.9%에서 올해 54.2%, 2028년에는 57.3%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침체된 내수와 미국발(發) 관세전쟁 역시 정부 지출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700조 원대 ‘슈퍼 예산’이 재정 건전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재정 여건이 건전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최근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짚었다. 고령화 등으로 의무지출은 늘 수밖에 없는데, 성장률 저하로 세입 기반은 약화할 가능성이 큰 구조적 한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2023, 2024년에 이어 세수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2년간은 ‘법인세 0원’의 적자 기업이 늘어나는 등의 여파로 총 87조 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올해도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정부 예상보다도 세금이 덜 걷힐 수 있다.
정부가 역대 최대치의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주기로 한 것도 올해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가 이날 확정한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비과세·세액공제·소득공제 등 국세감면액은 지난해(71조4000억 원)보다 7조 원 가까이(9.2%) 늘어난 78조 원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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