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중남미에서 ‘급속’ 코스를 앞당긴 반려동물(펫) 친화 세탁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세탁 코스 설정시 급속 모드는 보통 ‘표준’ ‘이불’ 등에 이어 5번째로 뜨는데 이보다 앞선 2번째에 뜨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중남미는 10가구 중 8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워 일상에서 동물과 접촉할 일이 많고 또 카톨릭 문화권이어서 위생·청결을 중시해 세탁 횟수가 잦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LG전자가 이 같이 중남미 시장의 특색을 파악해 현지 특화 제품을 내놓게 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덕분이다. AI가 LG 내 데이터베이스(DB)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해당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을 세워준 것이다. LG전자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AI 시스템을 가전 사업 중심으로 활용했는데 효율성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해 앞으로 전사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자체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 시스템 ‘찾다(CHATDA·CHAT based Data Analytics)’를 올 상반기(1~6월) 내 타 사업본부에 도입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생활가전(HS) 본부에서만 썼던 시스템인데 전사적으로 업무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2023년 구축된 찾다는 LG전자가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DB화하고 이를 생성형 AI가 분석해주는 시스템이다.
LG전자 직원은 누구나 찾다를 활용해 AI와 대화하며 방대한 정보 속 원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찾고 각 지역·문화권에 최적화된 전략을 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 특화 제품을 출시하려면 현지 주민 생활을 오랜 기간 밀착 취재하는 등 대규모 조사가 요구된다. 이때 찾다를 활용하면 조사에 앞서 실패확률이 낮은 타당한 가설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돼 사전 조사 비용을 줄이고 조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LG전자에 따르면 각종 자료를 분석해서 원하는 데이터를 뽑아내는 데 평균 3~5일이 걸렸던 작업이 찾다를 쓰면서 20~30분으로 단축됐다.
LG전자는 또 지난해 8월부터 중남미에서 파는 냉장고에 ‘클리닝 타임’ 모드를 탑재했다. 이 모드로 전환하면 15분간 문 닫으라는 알림과 냉장 운전이 꺼지고 대신 쉽게 청소하도록 실내 조명이 계속 유지된다. 살사 소스 등 향이 강한 식료품이 많고 멕시코는 월 2.83회, 페루는 월 1.73회 냉장고 청소를 한다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난 ‘AI DD모터’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찾다를 통해 독일을 분석한 결과 현지 세탁 문화가 에너지 절약에 방점이 찍혀 있어 다른 나라보다 1회 세탁량이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다. AI DD모터는 LG 세탁기의 핵심인 DD모터와 AI를 결합한 제품으로 세탁물의 특성,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코스로 작동한다.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에너지 절감에 효율적이다.
LG전자는 앞으로 찾다를 확대 적용해 이러한 현지 특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AI를 고도화했다”며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각종 데이터, 문서도 처리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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