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는 서민-소상공인… 나라가 갚아준 돈, 17조원 역대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4일 03시 00분


경기침체에 고금리-고물가 길어져
작년 대위변제액 전년比 18% 늘어
신속채무조정도 4년새 605% 증가
당국 “올 정책서민금융 11조 공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고물가로 빚을 제때 못 갚는 서민·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공공기관의 대위변제액이 17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3개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보험·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기금·한국수출입은행·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16조314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13조7742억 원) 대비 18.4% 증가한 숫자다.

이 중 SGI서울보증보험(1조1133억 원)은 상반기(1∼6월) 숫자만 반영한 것으로, 하반기(7∼12월)까지 반영하면 전체 기관 대위변제액은 17조 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 상환을 못 할 때 정책기관이 대신 은행에 빚을 갚아주는 것이다. 이들 기관의 대위변제액은 2019∼2022년에는 연간 5조 원대에 머물렀으나 2023년 단숨에 13조 원대로 증가했고, 작년까지 증가 추세다.

대위변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등이 늘면서 2022년 1조581억 원에서 2024년 6조940억 원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용보증기금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3830억 원 규모에서 2024년 2조9584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도 같은 기간 5076억 원에서 2조4005억 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민들의 자금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채무조정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으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상환 능력 한계에 부닥친 단기 연체자·연체 우려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5432명으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말(12만8754명) 대비 51.8% 늘었다.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고 있지만 연체가 우려되거나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에 대해 채무 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는 ‘신속채무조정’ 신청자는 작년 말 기준 5만527명으로 2020년 말(7166명)보다 605.1% 급증했다. 1∼3개월 단기 연체자 대상 ‘사전채무조정’ 신청자도 같은 기간 2만2102명에서 3만6921명으로 67%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올해 정책서민금융으로 당초 계획보다 1조 원 늘린 11조8000억 원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빚#경기 침체#고금리#고물가#대위변제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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