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링크트인’에 접속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회사인 링크트인은 비즈니스에 특화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입니다. 다른 SNS는 일상을 공유하는 데 치중한다면 링크트인은 산업계가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나누는 공간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구글(순다르 피차이), 아마존(앤디 재시), 메르세데스 벤츠(올라 칼레니우스), MS(사티아 나델라)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CEO들이 링크트인 계정을 직접 운영하며 회사의 비전과 철학을 수시로 외부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 중에서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4일 링크트인 계정을 개설했습니다. 조 대표는 첫 게시물에 “LG전자 CEO로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행사인 ‘CES 2025’에서의 활동을 공유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5’에서 공개된 LG전자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영상과 함께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더군다나 2016년부터 2년간 LG전자 북미지역대표를 역임할 정도로 영어가 유창한 조 대표는 게시물을 영어로 작성해 올렸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동아일보DB 조 대표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중 링크트인을 사용하는 CEO는 부쩍 늘어났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링크트인에 회사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생성형 AI 연구 컨소시엄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첫 외국인 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은 거의 매주 링크트인에 글을 올릴 정도로 열심입니다. 팔로워(구독자)가 1만9000명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고객사인 글로벌 해운업체 주요 관계자 등과 링크트인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링크트인을 열심히 활용하는 것은 파트너사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서입니다. 요즘에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손을 잡고 신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너무 흔해졌습니다. 고객사도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곳곳에 퍼져 있다 보니 그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조 대표만 해도 지난해 7월에 사티아 나델라 CEO와 단독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때 “링크트인을 아직 안 하고 있다면 한번 시작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 CEO들이 링크트인에는 한글이 아닌 영어로 글을 올리는 것도 해외 고객사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 지난해 3월 독일에서 LG그룹 관계자들을 만난 뒤 자신의 링크트인에 올린 게시글. 칼레니우스 회장 링크트인 계정 캡처 또한 기업들은 링크트인을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활용합니다. 링크트인 사용자들은 자신의 계정에 경력 사항을 빼곡히 적어 놓곤 합니다. 링크트인 세계를 탐방하다 보면 해당 인물이 기업인으로서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덕분에 인재 물색에 편리하고, 업계의 실력자가 어디로 자리를 옮겼는지도 재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CEO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인재 영입 담당도 링크트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SNS는 시간 낭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한국 기업 CEO들이 링크트인에서 전 세계 유수 기업 관계자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SNS 또한 세일즈맨들의 치열한 전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금 다시 링크트인을 본다면 시간 낭비라는 말을 슬며시 철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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