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 겨냥 상품 봇물
500g 손질 판매하는 ‘한입 삼겹살’
반려동물 사료는 200g짜리 등장
대형마트도 쌀-잡곡 1kg 제품 늘려
혼자 사는 대학원생 김모 씨(31)는 장을 볼 때 1∼2개들이 양파, 절단대파 등 소포장 채소들을 주로 구입한다. 혼자 먹는 데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는 데다 대체로 손질돼 있어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많은 양을 구입하면 어차피 대부분 남아서 버리게 된다”며 “요즘은 채소값이 많이 올라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면 지출이 커져 부담스럽다”고 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 현상으로 소포장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물론이고 쌀, 향수, 세제처럼 용량이 큰 제품이 주를 이루던 상품군에서도 적은 양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소포장 제품들이 각광받고 있다. ‘작게 더 작게’ 포장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각종 제품을 최대 5000원 균일가에 판매하는 다이소는 소포장 쇼핑의 ‘성지(聖地)’로 꼽힌다. 다이소는 15mL, 30mL 용량의 향수 상품을 각각 1000원,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인 향수 용량이 50∼200mL인 데 비해 다이소는 양을 절반 이상 줄인 데다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다이소는 주로 kg 단위로 구입하는 반려동물 사료도 200∼600g 등 소용량 상품으로 만들어 2000∼5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소포장 신선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편의점은 소형 가구를 위한 장보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CU는 1∼2인 가구를 고려해 쌀을 한 끼 밥을 위한 분량인 150g 단위로 소포장한 상품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도 소포장 바나나 상품인 ‘갓성비 바나나’, 삼겹살 500g을 손질해 판매하는 ‘한입 삼겹살’ 등을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소형 가구가 늘어나면서 ‘편장족’(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해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고 했다.
고물가로 가성비 쇼핑이 늘면서 소포장 화장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GS25는 100매입에 판매되던 메디힐의 ‘워터마이드속보습패드’를 2개들이(1000원)로 포장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선크림, 클렌징폼 등 기초 화장품을 2mL씩 6개들이로 개별 포장한 제품 6종을 선보였다. 가성비·소포장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GS25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2022년 22.4%, 2023년 37.9%, 지난해 44.2%로 가파르게 신장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대용량 상품을 주로 판매하던 대형마트도 최근 소포장 상품의 구색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5kg 이하 소포장 쌀 제품 수를 2022년 18개, 2023년 20개, 2024년 25개 등으로 늘렸다. 지난해 12월 제타플렉스 잠실·서울역점, 경기 안성점 등 3개 점포에서는 소포장 쌀·잡곡 별도 진열 공간을 구성하기도 했다. 별도 공간 구성 이후 3개점의 양곡 매출은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했다.
소포장 트렌드는 신규 매장 출점에도 반영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마트 푸드마켓 대구 수성점은 도보 고객이 많은 근린상권인 점을 고려해 신선식품의 판매 단위를 조정했다. 기본 600g 단위로 판매하던 육류를 400∼500g 단위로 줄이고, 채소류도 중량을 30% 이상 줄이면서 단위당 가격은 최대 50%까지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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