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 규모가 4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HUG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장하기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출시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16일 HUG 전세보증금 반환 실적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3조9948억 원으로, 전년(3조5545억 원) 대비 12.4% 늘었다. 지난해 보증사고액과 사고 건수도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보증사고액은 4조4896억 원으로 전년(4조3347억 원)보다 3.6% 늘었다. 사고 건수는 8.2% 증가했다.
대위변제액이 늘어난 건 2023년부터 전세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깡통전세 피해가 늘어난 영향도 크다. 대위변제액과 보증사고액이 늘면서 HUG 재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HUG는 대위변제액을 집주인에게 받거나, 해당 주택을 경매에 넘겨 회수한다. 문제는 경매에 넘겨도 감정가보다 낮은 헐값에 매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낙찰까지 2, 3년가량 걸린다는 점이다.
HUG의 재정은 이미 취약한 상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HUG는 2022년 2428억 원, 2023년 3조9962억 원 2년 연속 저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도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HUG의 신규 보증 발급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 보증서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보증액은 자기자본의 132.5배 수준이다. 법적 기준인 90배를 맞추려면 자기자본 1조4288억 원을 확충해야 하지만, 지난해 영구채 발행을 통해 확충한 자본은 7000억 원 수준이다.
HUG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본 확충 계획도 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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