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CSR은 금융회사에 특히 중요하다. 무형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에는 기업 이미지가 특히 중요하다. CSR은 기업 이미지를 강화해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일부 은행은 CSR에 적극 참여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 위기의 파고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영국의 코오퍼레이티브은행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과의 거래를 종료하면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한편으로는 CSR 활동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말 CSR 활동이 기업, 특히 금융회사에 도움이 될까. 포르투갈 가톨릭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연구진은 환경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CSR 활동이 어떻게 기업 이미지와 고객 만족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지 분석했다. 가격 공정성과 대면 및 비대면 서비스가 은행 평가에 미치는 영향 또한 규명해 은행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동유럽, 영국, 서유럽,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지역을 대표하는 참여자 322명을 대상으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설문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CSR, 가격 공정성, 대면 서비스 등 세 가지 핵심 변수를 조합해 총 8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분석 결과 CSR과 더불어 공정한 가격과 대면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기업 이미지, 고객 만족도, 브랜드 충성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CSR 활동을 포함하지 않고 불공정한 가격과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 이미지, 만족도, 충성도 간 상관관계도 매우 높았다. 특히 만족도와 충성도 간 상관관계가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이미지 제고가 고객 만족도 증가로 이어지고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충성스러운 고객을 늘리는 선순환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지역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유난히 낮은 현상도 관찰됐다. 동유럽과 영국의 참여자 만족도는 서유럽과 북미 지역 참여자들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외 성별, 나이, 교육 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은 기업 이미지, 만족도, 충성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SR 활동, 공정한 가격 정책, 대면 서비스의 조화는 고객과의 탄탄한 신뢰 관계 구축과 시장 내 경쟁 우위 확보로 이어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주요인이다. CSR을 단순히 보여주기식 구호로 치부해선 안 된다. 기업이 세찬 변화의 물결 속에 침몰하지 않고 계속 항해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항법 장치이자 구명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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