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농작물 소유권, 토지 경매 유형 따라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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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과수 있는 토지 경매 경우
임의경매 땐 낙찰자에게 소유권
강제경매 땐 기존 주인에게 권리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

자영업자 A 씨는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귀농할 생각이다. 전원생활에 필요한 땅을 찾던 중 충남 태안군에 바닷가 땅 3555㎡를 발견했다. 법원 경매로 나온 땅이라 주변 시세보다 매우 싼 편이었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공시된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했다. 그런데 땅에는 인삼을 재배하고 있었고 수목도 자라고 있었다. 만약 이 땅을 경매로 매수하면 재배하고 있는 인삼과 수목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까?

먼저 땅을 경매가 아닌 매매로 살 때는 농작물이나 수목에 대한 소유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매매계약서에 매도자(땅 소유자)와 매수자가 땅의 면적을 비롯해 농작물이나 수목에 관한 소유권을 명백하게 표시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땅을 경매로 매수할 때는 농작물이나 수목에 관한 소유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매수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칙적으로 땅 위에 재배하고 있는 농작물이나 수목의 경우에는 소유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가 ‘입목(토지 위에 자란 나무)등기’나 ‘명인방법’ 등에 따라 소유권을 확실하게 공시한 때는 소유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명인방법은 소유권을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귤밭에 새끼줄을 두르고 푯말을 세워 귤을 매수했다는 걸 알리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땅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불법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때도 농작물의 소유권은 경작자에게 있다.

경매 때는 경매 진행 방식에 따라 농작물이나 수목에 대한 권리에 차이가 있다. 우선 강제경매로 진행되면 땅 위에 재배되고 있는 천연과실(과수의 열매, 곡물 등)에 대한 권리는 낙찰자가 아닌 채무자에게 있다. 매각 허가 결정이 나올 당시 농작물이나 수목이 수확기라면 기존 토지 소유자가 취득할 수 있다. 반면 수확기가 아니라면 그 농작물의 소유권은 경매 매수자가 취득한다. 반면 저당권 등 담보물권을 가진 채권자가 신청하는 임의경매는 낙찰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민법에 따르면 저당권의 효력은 그 부동산으로부터 수취한 과실이나 수취할 수 있는 과실에도 미친다.

경매 대상 토지를 평가할 때 천연과실은 명인방법 등으로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가 아니면 땅의 구성 부분으로 본다. 미등기 수목도 땅의 일부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토지와 함께 경매된다. 땅의 감정가격에 수목의 가액도 포함하여 평가한다. 반면 입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기된 입목이나 명인방법을 갖춘 수목의 경우에는 독립된 거래의 객체가 되므로 땅의 감정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 사례 경매 물건은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 방식으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농작물이나 수목이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이미 경작되고 있었던 것이든 그 이후에 경작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땅의 소유자가 농작물이나 수목을 경작하고 있으면 그 권리는 매수자가 행사할 수 있다.

#토지 경매#농작물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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