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사이클’ 시작 기대감 “中 경기회복-美 금리인하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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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수출 1년새 60%이상 늘어
“IT제품 교체기-AI 확산 맞물려”
中 경기회복 늦어져 업계선 신중론
“수요 견인 이어져야 ‘슈퍼사이클’”

“수출만 놓고 보면 이미 반도체 ‘빅사이클’이 시작된 느낌이다.”(정부 고위 당국자)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급증하면서 정부 내에서 ‘반도체의 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역대 최대로 높여 잡은 올해 수출 목표 달성까지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주력 제품 수요가 아직 주춤하다는 점과 중국 경기 부진 등 변수를 감안하면 아직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반도체의 봄’ 기대감 솔솔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 2월 반도체 수출액은 193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이 침체됐던 1년 전 같은 기간(120억 달러)보다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2022년(212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는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의 수출액(63억 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5% 늘어나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월말과 분기말에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반도체 수출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비대면 활동 때문에 수요가 급증했던 정보기술(IT) 제품이 교체기를 맞이했다”며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비싼 제품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역대 최대인 올해 수출 목표(7000억 달러) 달성의 핵심 변수다. 지난달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실적보다 20% 이상 높은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감산으로 공급 문제를 해소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개선 중이기 때문에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는 민간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산업연구원은 4월 반도체 업황 전망 전문가 서베이지수(PSI)가 158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0∼200 범위인 PSI는 100보다 높을 경우 전월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주요 전방산업 경기의 회복 등을 그 근거로 꼽았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며 이들 종목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일 기준 5237억8682만 원으로 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9% 급등했다.

● 中 경기 회복, 美 금리 인하가 관건

다만 최근 분위기가 반도체 경기의 대호황(슈퍼사이클)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호전을 장담하기에는 변수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향 D램 범용 ‘DDR4 8Gb(기가비트)’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7∼12월)부터 시작된 메모리 업계 감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주력 제품인 DDR5 핵심 수요처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수요는 아직 주춤한 상태다.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침체가 이어지면서 아직까지 범용 서버의 회복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감산 효과와 AI 반도체가 이끌고 있는 ‘반짝 수요’가 시장 회복과 맞물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이제 가격은 바닥을 쳤다’는 판단하에 제품을 사들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슈퍼사이클로 이어지려면 경기 회복 등 수요 견인 요인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금리 인하와 중국 경기 부양처럼 수요를 키울 이슈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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