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고 에너지 업계, 청정수소로 승부… 동아시아 허브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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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패널들, 신에너지 집중 투자 주문
“LNG 때처럼 ‘글로벌 호구’ 안돼… 수소-바이오항공유 시장 선점을”
산업부 “SAF 수출 전폭 지원할것… 日과 협력해 청정수소 산업 육성”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고금리 저성장 시대의 에너지업계 신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2024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에서 ‘신냉전 에너지위기 시대를 돌파할 국내 에너지기업의 성장전략’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고금리 저성장 시대의 에너지업계 신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2024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에서 ‘신냉전 에너지위기 시대를 돌파할 국내 에너지기업의 성장전략’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싱가포르가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동아시아 허브가 된 것처럼 청정수소에서만큼은 한국이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급성장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전환에서도 승기를 잡아야 합니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원자력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공급 역량을 확대하겠습니다. SAF와 같은 친환경 연료가 신성장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물꼬를 트겠습니다.”(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제9회 2024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가 열렸다. ‘고금리 저성장 시대의 에너지업계 신성장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국내 민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넷제로(탄소 순배출 제로) 추세에 맞춰 미래 에너지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청정수소 동아시아 허브 돼야”


기조강연에 나선 유 교수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고유가의 4중고를 겪는 한국 에너지 업계는 생존과 성장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의 신규 투자보다는 캐시카우를 늘려가면서 미래 에너지 투자를 준비해야 한다”며 주요 육성 분야로 청정수소라고 불리는 수소와 암모니아, SAF 등을 꼽았다.

유 교수는 “LNG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단순 수입상에 불과하다 보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며 “적어도 청정수소에 있어서는 한국이 동아시아의 허브가 돼야 한다. ‘글로벌 호구’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유 교수는 한국이 전 세계 수출 1위인 항공유 분야에서도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 교수는 “전 세계 1위 항공유 소비국인 미국이 항공유를 가장 많이 수입해가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2050년 항공유 수요가 2021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SAF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 정부 “친환경 항공유 전폭적 지원”


이 실장은 정책발표를 통해 “반도체 기업이 파운드리팹 1기를 조성하려면 원전 1기분의 전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핵심이 고품질 전기”라며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 실장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수급 불균형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청정수소를 제시했다. 이 실장은 “기존 에너지 믹스(조합) 정책에서 유연성을 줬던 에너지원이 화석 연료였는데 앞으로는 수소, 암모니아(청정수소)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실장은 “전 세계에서 수소, 암모니아에 대한 수요가 많은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라며 “한일 협력으로 청정수소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유 및 항공유 등에 대한 지원 계획도 밝혔다. 이 실장은 “친환경 연료를 신성장 기술로 인정받고 한국 수출에서 주요 역할을 하도록 정부가 물꼬를 트겠다.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로부터 신성장 기술로 인정받게 되면 설비 투자 등에서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 “혁신 가로막는 모래주머니 덜어줘야”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대표(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업계의 혁신을 가로막는 ‘모래주머니’를 덜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우리 에너지 산업은 가격 정상화, 계통(공급망)의 확충 등 다양한 과제에 당면해 있다”며 “에너지 자주를 위한 해외자원 개발을 활성화해야 하고, 특히 에너지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전력요금 변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영하는 펀드의 자회사인 크레도홀딩스는 투자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큰 매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경원 크레도홀딩스 해상풍력 본부장(전무)은 “수출 중심인 한국 산업구조와 탄소 중립을 향한 글로벌 기조를 볼 때 육상풍력, 태양광, 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사업은 예측 가능한 매출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투자처로 적합하며, 해상풍력의 경우 향후 10여 년간 매년 약 15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에너지 업계#청정수소#신에너지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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