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가 '열심히' 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브랜더쿠]

  • 인터비즈
  • 입력 2024년 1월 5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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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새해를 맞이해 수첩에 저마다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빼곡히 채워 넣는 시기다.

‘열심’과 ‘최선’으로 불타오르는 요즘, 2022년 일본 도쿄 시부야역에서 만난 귀여운 인쇄 광고 카피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노란색 바탕 위에 흰색으로 “자신에게 달아지자(자신에게 유해지자)”라고 써 있었다. 일본어로 ‘아마이’는 달다라는 뜻도 있지만, 어리광, 응석 등 혹독한 현실과 반대되는 사람의 태도를 거론할 때도 쓰이는 말이다.

이는 일본 최대 유제품 기업 ‘유키지루시 유업’이 커피 판매 60주년을 맞이하면서 집행한 광고다. 유머와 해학이 가득한 카피들이 우리에게 열심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힘 빼고 삽시다”라는 옛날 DJ의 클로징 멘트가 떠올랐다. 따뜻한 문장이 현대인의 날 선 마음을 누그러뜨려준 덕분일까, 이 광고는 히트를 쳤다.

오늘은 열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던지는 응원의 메시지를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회사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은, 당신의 약점을 희석하기 위함입니다.”

시다 사라(1999년생)라는 여배우는 광고 속에서 직장상사, 동네 언니, 검도 훈련생 등 다양한 캐릭터로 나서며 응원의 글귀를 전달한다. 광고 시리즈는 Z세대 감성에 맞게끔 해시태그로 키 메시지 ‘#유키코에게 응석 부리고 싶어’가 적혀 있고, 각각 별도의 카피를 갖추고 있다. 유키코는 유키지루시의 ‘유키’와 일본 여성 이름에 돌림자처럼 붙는 ‘코’를 합성해 만든 이름으로 일본에선 친숙한 여성 이름이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100억점 만점이야.”

유키지루시 유업의 커피는 수십년간 단 커피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세상은 점차 혹독해지고, 사람들도 자신에 대해 보다 엄격해지는 추세다. 그런 추세를 반영하듯 일본의 커피 시장도 달콤함 보다는 씁쓸함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어려운 훈련보다 가벼운 훈련이 길게 갈 수 있어요.”

그런 와중에 판매 60년차를 맞은 유키지루시 유업은 “일본 전역의 여러분 하나하나를 위로하고, 감싸주고 싶다”며 다양한 응석받이 기획을 탄생시켰다. 동아리 선배, 우등생, 쿨한 회사 상사…다양한 세대의 유키코가 되어준 여배우 시다 사라는 이 광고에 참여하며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여러분이 마주치는 유키코 포스터가 매일 노력하고 있는 여러분께 한숨 돌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일에 관해 진심이어서 무심코 자신에게 엄격해지기 쉬운데요. 엄하게만 생활해서는 피로가 쌓이게 되고, 좋아하는 일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응석받이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제 쉬더라도 괜찮도록,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작심3일이라고? 대박이야! 3일이나 계속했다니!”

오늘 만난 유키코의 응원이, 자신에게 들이댄 엄격함의 잣대를 내려놓는데 도움이 되셨을까요?

이해원 작가 inky.june@gmail.com
정리=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브랜더쿠#광고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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