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세계 시장에 도전장 내민 K농기자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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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 12일 열린 수출상담회.


《해외 시장에 채소 종자를 수출하고, 축산 불모지인 줄 알았던 인도에 보조 사료를 팔고,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 유기농업을 이끄는 사람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소위 대박을 내고 있는 대한민국 농기업들이 있다. 거대 다국적 종자 기업을 제치고 현지 맞춤형 채소 종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더기반, 해외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각 나라의 1위 사료 회사가 선택하는 보조 사료 회사로 거듭난 텀스인터내셔널, 중국에 이어 남미 시장까지 친환경 유기농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 고려바이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17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농기자재 수출 활성화 사업을 든든한 기반으로 삼아 전 세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K팝, K푸드에 이어 K농업의 선두주자를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수출 업체들과의 현장간담회를 통해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은 이 기업들에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농기술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있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고군분투 ‘K농기자재 수출기’를 들어봤다.



해외 시장에 채소 종자 파는 ‘더기반’
2015년 7월 창립해 8년여 만에 거대 다국적 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현지 맞춤형 채소 종자로 해외 시장을 감동시키고 있는 더기반은 2018년 1만2000달러 첫 수출을 시작으로 올해 약 54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가 신품종 개발의 핵심인 만큼 경기 안성 연구단지와 아열대 전문 육종기지인 태국 치앙마이 연구소, 라오스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더기반은 운영비의 약 50%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거대 금액이 투입되는 종자시장에서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던 밑바탕에는 모기업인 노루그룹 창업주의 ‘나의 조국을 위하여’라는 창업정신이 있다. 대한민국의 종자를 세계로 수출하고 종자주권을 지켜 나가려는 더기반의 모토 때문이기도 하다. R&D 강자인 더기반은 기업의 한정적인 재원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농식품부 지원 사업을 활용해 맞춤형 고부가가치의 내병성·기능성 신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해외 현지 환경에 맞춘 건강한 채소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인 종자시장에서 더기반은 태국, 라오스 현지 법인을 통해 연중 재배를 가능하게 해 신품종 육성 기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하고 있다. 전통 육종은 물론이고 디지털 육종 등 최신 생명공학 육종 기법을 병행해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더기반은 전통 육종인 청양고추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현지화를 통해 멕시코에 할라페뇨 종자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중국 시장에서는 토마토와 배추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미니 오이 종자를 수출하는 등 현지화된 품종으로 유명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보기 좋게 성공하며 한국형 종자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원동찬 더기반 R&D본부장은 “현재 28개국에 540만 달러 이상의 종자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채소 종자 시장 규모 약 5조6800억 원을 감안하면 약 1%밖에 되지 않는 수출액”이라며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 이어 유럽과 남미 등 거대 신시장을 집중 공략해 더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채소 종자가 재배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인의 밥상에 우리나라 종자 기업 ‘더기반’을 기반으로 한 채소가 올라갈 날이 기대된다.

인도 1위 사료회사가 찾는 보조 사료, ‘텀스인터내셔널’
인도 세미나 토론.
이슬람교도가 많은 방글라데시에서는 닭을 주력으로,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 시장에서는 화려한 디자인의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맞춤형 공략법으로 현지 1위 사료 회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보조 사료 업체 텀스인터내셔널은 수출 업무를 담당하던 회사원 네 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창업 초기부터 포화 상태이던 내수 시장보다는 한류 열풍을 타고 K보조 사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텀스인터내셔널은 수출 시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제품 현지화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 놀라운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지난해 기준 68만 달러 수출을 비롯해 인도 시장에서 13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만 달러 등 10월까지 누적 수출액 115만 달러를 달성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가금 전시회 고객 미팅.
텀스인터내셔널의 최대 강점은 ‘텀스식’, 즉 제품의 현지화다. 수출 시장마다 다른 사료 원료, 축종에 맞출 제품 스펙은 물론이고 포장재까지 현지 시장에 맞춰 변경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통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에서는 제품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튼튼하고 비싼 재질의 포장재를 사용하고 종교색이 짙은 국가에서는 국민적 특성을 파악해 화려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식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맞춤 제품을 공급했다. 텀스인터내셔널은 이 강점의 배경으로 ‘수출 시장과의 친밀함’을 꼽았다.

이은경 텀스인터내셔널 실장은 “수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과 최대한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현지 파트너가 있어도 잦은 현장 방문을 통해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신생 기업으로서 쉽지 않았지만 농식품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전시회, 홍보물 제작, 출장비를 지원받아 비용 부담을 줄이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텀스는 남아시아와 중동에 몰려 있는 현재의 시장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러시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3년 내 500만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텀스는 현재 인력을 충원하고 연구소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시장까지 제패하겠다는 텀스의 야심 찬 계획을 기대해 본다.

유기농 자재로 세계 시장 진출, ‘고려바이오’
페루 MOU 사진.
다국적 기업들의 유명 작물보호제를 국내에 팔아 보려고 시작한 비교 테스트에서 오히려 우리 제품이 우수한 것을 발견하고 수출을 결심했다는 고려바이오는 생각의 전환으로 한국에서 유기농자재를 처음 수출하며 남미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향하고 있다.

유기농자재가 비주류 산업 분야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에서 수행한 수출 지원 사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고려바이오는 특히 남미 시장 개척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일본 부스.
일본 부스.
김유찬 고려바이오 팀장은 “남미 시장을 개척하려고 했을 때 정보도 워낙 없고 현지에 가려고 해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시장 조사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현장조사단, 시장개척단 사업 등을 통해 브라질 현지를 함께 방문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바이오가 그렇게 어려운 남미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출 초기에는 고려바이오도 가까운 나라부터 공략했다. 10년의 수출 기간 동안 수출 국가는 15개국으로 늘었지만 수출 금액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유기농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남미 시장을 개척하면서부터 수출 규모가 늘기 시작했다. 고려바이오의 수출액은 2019년까지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오가다가 남미 시장 개척 후인 2020년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지난해 26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오로지 제품력으로 승부를 본다는 고려바이오는 현지 상황에 특화된 수출 전용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동시에 제품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제유기규격인증을 제품마다 획득했다. 현재 페루와 멕시코, 필리핀에 주로 수출하고 있는 고려바이오는 브라질, 에콰도르, 칠레와 같은 농업 대국의 시장 진입을 목표로 계속해서 아메리카 대륙을 두드리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캘리포니아를 발판으로 미국으로도 수출 시장을 넓혀 가겠다는 복안이다.

김 팀장은 “세계 최대 유기농자재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을 거둬 현지 법인과 생산기지를 구축해 미국의 여러 주에서 직접 영업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동아일보 공동기획
#k농기자재#더기반#텀스인터내셔널#고려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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