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14년만에 최대폭 14.3% 급등… 정부 밀착관리 무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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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17.4% 등 가공식품 물가 껑충
농축산물-외식 물가도 큰폭 오름세
운송서비스도 9.1% 올라 부담 가중
“정부 품목별 물가관리 한계” 지적

이달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물가는 1년 전보다 14.3% 상승했다. 정부는 최근 우유를 포함한 9개 가공식품에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물가 관리에 나섰다. 동아일보DB
이달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물가는 1년 전보다 14.3% 상승했다. 정부는 최근 우유를 포함한 9개 가공식품에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물가 관리에 나섰다. 동아일보DB
지난달 우유 값이 14.3% 올라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정부가 밀착 관리 중인 주요 먹거리 물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28개 식품 품목에 대해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 중인데, 이런 방식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제품 값은 유지한 채 용량을 줄이는 것)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9% 올랐다. 주요 품목 중에는 설탕(17.4%), 아이스크림(15.2%), 우유(14.3%)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빵과 식용유는 지난해보다 5.5%, 3.6% 올랐는데 2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21.6%, 47.9%나 됐다.

원유(原乳) 업계는 올 하반기(7∼12월) 들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부터 ‘맛있는 우유 GT’(900mL)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흰 우유는 4∼6%, 가공유 제품은 5∼6% 올렸다. 900mL 기준 가격 2900원대로 우유 한 병에 3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이스크림 값도 오름세다. 올 1월 빙그레는 ‘투게더’ 등 일부 제품 값을 10% 올렸다. 롯데웰푸드의 ‘스크류바’ ‘돼지바’ 등은 지난달부터 편의점 출고가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 및 외식 품목 19개에 이어 설탕, 아이스크림, 우유 등 가공식품 9개 품목의 물가 관리 전담자를 추가 지정하고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농축산물과 외식 물가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사과는 1년 전보다 72.4%, 파 24.6%, 쌀 19.1% 올라 전체 농산물 물가가 13.5% 상승했다. 외식 품목에선 피자(12.3%), 냉면(7.0%), 김밥(6.9%)의 상승 폭이 컸다.

장바구니 물가와 더불어 교통비도 크게 올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지하철, 버스, 택시, 항공 요금 등을 포함한 운송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9.1% 올랐다. 2007년 4월(9.3%) 이후 16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택시 기본 및 심야할증 요금, 서울 시내버스와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속속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지하철 요금은 9.2% 올라 2016년 6월(8.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이 밖에 시내버스료(11.3%), 시외버스료(10.2%), 택시료(20.0%)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품목별 물가관리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50개 품목을 정해 물가를 관리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제품의 양을 줄이거나 정부의 관리 감독이 느슨해졌을 때 가격을 대폭 올리는 등의 꼼수를 쓸 수 있다”며 “정부는 근본적인 가격 인상 요인을 파악한 뒤 명확한 근거를 갖고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방송에 출연해 “11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3.6% 안팎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였다. 추 부총리는 “최근 전방위적인 수급 안정 노력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에 들어섰다”며 “유가도 하락 양상을 보인다면 더디지만 물가 안정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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