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여 년 만에 다시 추진 중인 휘발유 도매가격 공개를 두고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달 다시 심의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다.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규개위는 다음달 10일 재심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규개위를 거치면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의 절차만 남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심의는 오후 5시 가량까지 이어졌다. 규제에 대한 창반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어 당초 예상했던 오후 4시보다 길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심의에는 당초 조원동 위원장(전 중앙대 석좌교수)과 경제1분과 민간위원 4명, 정부위원 4명(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법제처, 공정거래위원회)이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심의 며칠전 경제1분과 민간위원인 박익수 변호사 대신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경제2분과 민간위원 3명이 추가된 민간위원 6명, 정부위원 4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류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판매 대상 및 지역별 가격을 주·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유류 도매가격 공개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으나 2011년 규개위에서 “도매가격은 영업비밀”이라는 정유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산됐다.
산업부는 도매가격 공개를 통해 석유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정유사나 유통과정에서 추가 마진을 남기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고·공개 범위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지역마다 다른 휘발유 가격 편차가 줄어들고, 주유소에 정유사마다 다른 판매가격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유사간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유사별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는 L당 10~80원의 차이가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유소에 공급하는 물량이나 계약 기간, 방식 등에 따라 도매가격이 달라지는데 획일적인 공개는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2008년 도입된 ‘오피넷’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별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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