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망 재편 가속…한-미-일 축소 대신 ‘러-사우디’ 동맹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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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관총서 등 중국 대외 교역통계 분석
중국 對한국 수입액 134억 달러 감소
‘친중’ 연대 강화되며 전체 수입은 늘어
러·사우디 에너지, 말레이시아 반도체
“中 의존도 낮추고 다변화 기회 삼아야”

지난해 미중 갈등의 심화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 내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전체 수입액은 늘어난 가운데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오히려 60조 원가량 줄어 들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중’을 표방하는 국가들과의 연대가 끈끈해졌다. 또 한국 수출 1·2위 품목인 반도체, 정유부문에서 중국이 자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앞으로 국내와 중국 간의 무역수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동아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중국 해관총서, 무역통계월보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2001억6300만 달러(약 251조 원)를 수입했다. 이는 전년(2135억5500만 달러) 대비 6.2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일본(10.34%), 대만(4.46%), 미국(1.01%)도 줄었다.

한·미·일, 대만은 중국의 4대 수입국이다. 이들 4국으로부터의 수입 합계액이 2021년 8506억3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028억8500만 달러로 5.61% 줄었는데도 중국의 전체 수입액은 2조6788억3600만 달러에서 2조7155억3700만 달러로 1.37% 늘었다.

특히 2019년까지만 해도 중국 내 최대 수입국이었던 한국은 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전체 수입액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16년 10% 수준에서 매년 하향세를 나타내 지난해 7.37%까지 떨어졌다.

기존 주요 교역국의 감소분을 상쇄한 대표국이 러시아다. 지난해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전년 대비 43.23% 늘어난 1122억25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줄곧 중국에서 10위 수입국이었다가 지난해 6위로 올라섰다. 말레이시아(1098억9200만 달러 수입), 사우디아라비아 (778억800억 달러), 인도네시아(779억500만 달러)도 각각 11.95%, 37.26%, 22.43% 늘었다.

2019년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수입 합계액이 1833억6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1735억5100만 달러)을 역전한 데 이어 지난해 2709억6600만 달러로 늘며 격차를 벌렸다. 아세안 6국(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도 같은 기간 1833억6200만 달러에서 3893억3900만 달러로 늘었다.

중국의 대(對) 한국 수입 감소는 주요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제품의 부진 탓이 크다. 반도체는 메모리칩 가격 하락과 수요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중국 자체적으로 한국 등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도 공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8년 5% 수준이던 중국의 칩 자급률은 2020년 10%, 지난해 17%까지 늘었다.

정유는 이미 스스로 해결하는 수준으로 ‘탈한국’이 본격화됐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경유, 휘발유, 나프타 등 국내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은 2016~2021년 6년 연속 중국이었으나 지난해 4위로 급락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에서 7.9%로 줄었다.

중국이 반대로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는 대표 부문은 에너지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격한 변화를 나타냈다. 중국은 원유·석유·석탄·가스 등 4대 에너지 자원 관련 지난해 3~12월 러시아로부터 984억 달러를 수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43.6% 증가했다. 현재 중국은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은 물론 극동항구, 러시아 근접 유럽 항구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해 10월 미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며 에너지 교역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미중 반도체 싸움의 수혜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수출 규제 속에서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에 특화한 말레이시아를 통해 유통망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다. 아직까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난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에서 한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 모두 줄어든 반면 말레이시아는 9억1500만 달러에서 12억3100만 달러로 홀로 34.54% 늘었다. 반도체 장비 품목도 37억1100만 달러에서 47억4000만 달러로 27.72% 증가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들여오던 중간재, 자본재의 수입 대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앞으로도 가치사슬 재편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교역량이 줄어 잠깐 아쉬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과의 격차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익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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