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목소리 미래세대의 공존법 [기고/변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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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
한국의 수도 서울이 변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던 힘 있는 행위 주체로서 서울의 역할이 약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은 글로벌도시로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임무를 열심히 실천 중이다.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서울은 ‘약자와의 동행’과 ‘매력도시 서울’을 향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사실 현재 서울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특히 ‘늙어가는 도시’와 ‘혼자 살아가는 도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미래서울을 이끌어갈 밀레니얼세대인 ‘미래세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는 미래세대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조사했고,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의 미래세대들이 모두 함께 공유하는 가치체계는 ‘탈가족 지향’과 ‘성역할의 변화’이다. 이들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에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미래세대들은 ‘경쟁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해 신뢰한다. ‘사회는 노력하는 만큼 소득에 차이가 나야 한다’는 생각을 전적으로 하고 있으며(동의율 70%),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의견에도 56%가 동의하고 있다.

분석을 통해 서울의 미래세대가 세 그룹으로 구분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존 가치 지향의 밀레니얼그룹’ ‘탈가족 지향의 사회부족그룹’ ‘분자화되고 순응적인 강제된 약자그룹’이라고 필자는 각 그룹을 명명했다.

‘밀레니얼그룹’은 상대적으로 고소득 계층이며, 기혼자가 많고, 남성들이 중심이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사회부족그룹’은 중간 이상의 소득 계층이며, 미혼자가 많고, 여성들을 중심으로 진보적 성향을 갖는다. ‘강제된 약자그룹’은 저소득 계층이며, 1인 가구가 많고 정치적으로는 중도적인 입장이 많다.

‘밀레니얼그룹’은 적극적인 온라인 참여를 통해 내 집단의 이해를 위한 의사 표명을 하고 경쟁주의적 가치와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 측면을 신뢰한다. 이들은 가족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부족그룹’은 탈가족 지향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공유 경제, 착한 소비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디지털 기술 변화의 부정적 현상에 공공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하고, 남녀 갈등이 아주 심각하다고 인지한다. ‘강제된 약자그룹’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지 않으며, 경제적 문제가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나와 별 관계가 없고 친환경 제품의 소비는 도덕이나 규범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서울은, 때로는 공통된 생각을 갖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미래세대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미래세대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서울에 주어진 도전이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
#미래세대#탈가족 지향#성역할의 변화#경쟁주의#물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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