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어찌할꼬” 韓기업 88% ‘봉쇄 피해’에도 발 빼기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7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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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설문조사…기업 97.4% ‘상반기 매출↓’
절반 이상 ‘사업 축소·중단·철수’ 고민
현지 생활 괴롭고 실적은 하향세…직원들 ‘중국 안 가’ 기피

17일 중국 베이징의 봉쇄 구역 밖에서 시 근로자들이 중국 공산당 깃발과 유해 폐기물 쓰레기봉투 근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3.18. AP/뉴시스
17일 중국 베이징의 봉쇄 구역 밖에서 시 근로자들이 중국 공산당 깃발과 유해 폐기물 쓰레기봉투 근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3.18. AP/뉴시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통제 정책으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중국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방역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워낙 시장 규모가 큰데다 앞서 투자가 집행됐던 만큼 섣불리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기 어려워서다.

27일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내놓은 중국에 진출한 177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 설문조사 결과에는 최근 중국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88.1%가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97.4%는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율이 50%가 넘는 기업도 31.4%에 이르렀다.

중국 내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낮았다. 응답 기업의 95.5%는 하반기(7~12월)까지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의 한 생활 용품 제조업체 대표는 “현지 직원들이 코로나랑 통제를 핑계로 출근을 안 하기도 한다. 통제 및 봉쇄 여파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어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응답 기업의 55.3%는 향후 중국 내 사업을 축소나 중단, 나아가 제3국 이전이나 시장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사업을 더 확대하겠다는 답변은 7.3%에 그쳤다.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무역협회는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의 총이익이 올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37.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적자를 기록한 외자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국유기업 중 적자 기업이 7.4%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다. 그만큼 한국 등 해외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의 ‘동태청령(제로 코로나)’ 정책은 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한 유럽계 기업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목격하며 정부의 입김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나라에서 기업 운영과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지시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물론 개인 간 이동, 교류 등이 통제되는 나라에서 기업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이에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 근무할 직원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이 방역 정책 때문에 중국 이주를 거부한다’고 답한 기업이 49%라고 밝혔다. 이동과 생활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고, 강제격리는 물론 언제 어떻게 정부가 통제를 할지 모르니 아예 중국을 거부하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점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1%, 기아는 57.4%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봉쇄 정책과 더불어 중국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진 애국주의 소비 성향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중국으로의 발령은 곧 무덤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현지 생활은 괴로운데다 실적 하락 가능성도 높으니 인재들이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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