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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환율 1300원 눈앞…수입 물가 상승에 기업들 ‘비명’

입력 2022-06-14 19:25업데이트 2022-06-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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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5개 솔드(sold) 90원!” “던(done)!”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2층 외환 딜링룸. 암호같은 용어가 오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1290원에 500만 달러를 사겠다는 주문이 순식간에 체결됐다. 장중 환율이 연고점인 1292.5원까지 오른 이날, 평소보다 많은 전화가 몰렸다.

점심시간을 전후해 환율이 1280원대로 내려가자 달러를 사려는 전화가 더 많이 몰렸다. 그러자 오후 2시 25분 모니터에 표시된 환율이 1290원을 또다시 넘었다. 이번에는 달러를 파는 거래가 속출하며 여기저기서 “보트(bought)” 외침이 들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타다 전날보다 2.4원 오른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위기의 바로미터’로 읽히던 달러 당 1300원선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와 기업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 장중 연고점 뚫은 원-달러 환율
14일까지 나흘 연속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것은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슈퍼 달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 혜택를 보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지는 것이다.

고(高)환율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달러로 표시된 해외 수입품 가격이 더 비싸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미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당분간 5, 6%대 고물가가 예상된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0.06%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환율 쇼크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환율에 따라 생사가 좌우된다”고 전했다.

특히 달러로 항공기 대여료, 유류비 등을 결제하는 항공사는 직격탄을 입었다. 대한항공은 1분기(1~3월) 공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환손실 410억 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공식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 침체 국면이 올 수 있어서다.

● “베어마켓 진입, 2,400도 깨질 수 있어”
이날 코스피는 2,492.97원에 마감해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2,500선을 내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하지 않았다는 불안감과 미 연준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불신에 2,400도 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더 오르면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환율과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위기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과거보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단기 외채가 줄어드는 등 기초체력이 나아졌다”며 “한미 금리가 역전하더라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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