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기업 “내년 1월 중고차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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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 밝혀
정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지체 속… 완성차 “정부 결정 더뎌… 더 못 늦춰”
중고차 업계 “대기업, 제한된 규모만”… 정 회장 “심의 결과 나오면 존중할 것”

완성차를 만드는 자동차 대기업들이 내년 1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결정을 미루는 가운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시장 진출을 하염없이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시장 진출을 강행할 경우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겸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23일 ‘우리 제조업의 위기와 대응과제’를 주제로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2022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서비스 공간 마련, 중고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 중고차 사업 진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소속돼 있는 단체다.

실제로 업계에선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이 내년 초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는데 국내 업체들만 발이 묶여 있다. 정부 결정을 보고 움직이려 했지만 결정이 너무 더뎌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논란은 중고차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2019년 2월 만료되면서 본격화됐다. 이 제도는 대기업 진출을 막는 근거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심의, 의결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 고시하는 절차를 밟는다.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2019년 2월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동반위는 그해 11월 ‘적합업종 부적합’ 결정을 내려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규정대로라면 중기부는 2020년 5월 전에 생계형 적합업종 최종 심의를 내렸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와의 갈등은 더욱 커지게 됐다. 기존 업계는 완성차 대기업이 진출하면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며 완강한 거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완성차 대기업이 판매할 수 있는 중고차 대수나 차의 연식 및 주행거리 등을 제한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 권리 보호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런 제한을 최대한 철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거래 사기 등이 많은 중고차 시장의 투명화를 위해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영세 사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지 2년여가 지나 시장 진출에 법적 걸림돌이 없는 만큼 본격 준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기존 업계 반발로 진출을 자제해 왔으나 중고차 매매업계가 합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내년부터 심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올 연말 열 예정이었던 심의위는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안건 회부가 되면 심의위가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1월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기부가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준비가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향후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가 이루어져 결과가 나오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자동차 대기업#중고차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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