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내달 생산중단 위기… 호주서 2만 L 긴급수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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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어제 경제안보전략회의 개최
수입처 다변화 논의… 中 설득도 계속

요소수 못구해 빈손으로… 7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한 화물차 운전사가 빈 요소수 통을 든 채 주차된 트럭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중국의 석탄 부족으로 시작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12월이면 경유차를 이용하는 트럭 운행 중단에
 따른 물류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1
요소수 못구해 빈손으로… 7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한 화물차 운전사가 빈 요소수 통을 든 채 주차된 트럭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중국의 석탄 부족으로 시작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12월이면 경유차를 이용하는 트럭 운행 중단에 따른 물류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연일 요소수 품귀 사태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정밀화학 등 국내 차량용 요소수 제조기업들은 이달 말이면 원료 재고를 모두 소진할 것으로 알려져 12월 생산 중단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호주에서 이번 주중 요소수 2만 L를 군 수송기로 수입하기로 했다. 이는 전국 소방서가 한 달간 쓰는 양(4만790L)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또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베트남 등 다른 요소 생산 국가와 연내 수천 t을 도입할 수 있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수만 t 규모의 기존 계약분을 중심으로 신속한 수출 통관 절차 진행을 요청하는 외교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달 말로 예상되는 국내 차량용 요소수 생산 기업의 원료 재고 소진 시점까지 해결은 불투명하다. 국내 차량용 요소수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롯데정밀화학을 비롯해 금성이엔씨, KG케미칼 등 요소수 업체들에 차량용 요소 반입은 지난달 15일 이후 전면 중단됐다. 기존 재고는 이달 말 바닥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 추가로 물량 확보가 안 될 경우 이달 말이 지나면 요소수 제조 라인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소수 원료 이달말 바닥… 中 수출제한 못풀면 ‘물류대란’ 우려
요소수 내달 생산중단 위기


이달 말 차량용 요소수 원료 재고가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례 없는 물류 대란이 닥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화될 경우 소방이나 구급 등 공공영역의 기능 상실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7일 군, 국가정보원까지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대응 속도와 수위를 높였지만 이제까지 마련한 대책들로는 당장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군 수송기를 동원해 호주산 요소수 2만 L를 이번 주에 긴급 도입하기로 했지만 물류업계에서는 “요소수가 없으면 멈춰 서는 화물차가 200만 대인데, 2만 L는 10L짜리를 2000대에 넣는 수준에 그쳐 효과가 미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이달 안에 대책 나와야, 요소수 품귀 ‘카운트다운’
관건은 중국이다. 국내 요소수 제조사들이 보유한 차량용 요소 재고가 떨어지는 이달 말까지 중국 정부가 답을 주지 않으면 심각해진다. 소매상들이 보유한 유통 물량도 순차적으로 바닥을 드러내 연말이면 요소수 부족으로 멈춰 서는 화물트럭, 버스 등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이 내년 1월 중 러시아에서 요소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필요한 물량의 10%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국내 요소수 가격 안정을 위해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설득해 요소 수출 허가를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8일부터 요소 및 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시행하고, 합동 단속에 나선다.

중국은 지난달 15일부터 요소에 대해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외교부는 양자경제외교국 산하에 신설한 ‘경제안보 TF’를 통해 중국에 한국 측 희망사항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할당관세 시행, 공공 부문 요소수 일정분의 긴급 수요처 배정 등도 시행한다. 차량용 요소수 검사 기간도 단축하는 등 신속 통관을 지원한다. 하지만 근본 대책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정치권에서도 중국 원료 수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민주당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해 “일종의 ‘차이나 리스크’”라며 “특사단을 파견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최대치의 대책을 강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에 앞서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매점매석 금지 등 정부 대책에 대해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어 대중국 특사단 파견 준비 등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국가 차원의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관건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 중 현실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이다. 정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나면 즉시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환경부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차량 주입 실험 등을 하고 있다. 이르면 15일 실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실험 결과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의 중요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수입된 공업용 요소 중 산업용 요소는 29만 t으로, 차량용 요소(8만 t)보다 많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쓸 수 있다면 임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산업용 요소수 시료 성분을 분석한 결과 차량용 요소수보다 발암물질인 알데하이드 성분(포름알데하이드 등)이 많았고 불순물도 다량 검출됐다. 현재 차량 주입 실험에 들어갔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경유차에 장착된 요소수 장치인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는 산업용보다 고순도 요소수를 써야 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어려워지면 요소수를 둘러싼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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