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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경제 이슈&뷰]에너지원 분산화가 미래 전력 시스템 핵심

이창호·가천대 교수
입력 2021-10-27 03:00업데이트 2021-10-27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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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가천대 교수
구글맵을 보면 미국 유럽의 주택이나 건물 지붕에 여기저기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다. 기술 발전과 기후변화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원의 분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공급하고 판매까지도 가능한 에너지 프로슈머도 늘고 있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공급한다면 환경문제와 갈등을 유발하는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날로 증폭되고 있는 지역갈등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규모 발전과 장거리 송전망에 의존해왔다. 대도시나 산업체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서다. 이제 공급 문제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환경과 안전, 주민 수용성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설치비용만을 따지던 경제성 기준도 환경, 전력망, 갈등비용 같은 외적 영향을 반영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에너지 시스템은 아직도 분산화와 거리가 있다.

분산화의 첫걸음은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일부라도 스스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아파트단지, 빌딩, 창고, 학교, 병원, 공장에 분산전원을 설치하면 필요한 전기나 열을 쉽게 공급할 수 있다. 최근 섹터 커플링, 즉 전기-열-가스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에너지를 저장장치, 열 또는 수소의 형태로 저장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열과 전기를 같이 생산한다면 효율도 높아져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우리 여건에 맞는 분산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발상만 바꾸면 할 수 있는 수단이 적지 않다. 건물이나 아파트 지하, 공공시설물 한쪽 등 분산형 전원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많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 대형빌딩,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소규모 친환경 분산전원이 설치된다면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망 소요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전기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수소차도 보급 단계다. 앞으로 충전이나 수소 공급을 위해 새로운 전력망과 발전소가 필요할 수 있다. 기존의 입지와 시설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 저장해 공급한다면 분산화와 신규 수요 대응이 동시에 가능하다. 도심지나 도로변에 산재한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다.

마지막으로 분산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수단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당분간 대규모 발전에 비해 경제성도 뒤질 것이다. 더구나 우리 전력시장은 분산화로 발생하는 편익조차 반영하지 않고 있다. 분산편익에 대한 적정한 보상도 시급하다. 특히, 소규모 분산전원 확대를 위해서는 분류기준을 1MW, 5MW 등으로 세분해 규모에 따른 실질적인 편익의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 일정 비율의 공급의무를 부과하면 분산화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에너지의 분산화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때다.

이창호·가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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