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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경제 이슈&뷰]반도체 강국 자존심, ‘초순수’ 국산화로 지키자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입력 2021-10-28 03:00업데이트 2021-10-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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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결합물, 물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산소와 수소만 결합된 순수한 물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에는 미네랄 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전적으로 정의된 가장 ‘원형’에 가까운 물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바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은 음용수로도 중요하지만 산업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다. 물의 공급이 없다면 어떠한 산업도 육성할 수가 없다. 산업단지 조성에 물 공급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유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조금 더 특별한 물이 필요하다. 바로 ‘초순수(Ultrapure Water)’다. 수소와 산소만으로 구성된 초순수는 세상에서 가장 순도 높은 물이다. 세척업과 물티슈 등 생활·건강 분야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최첨단 정밀산업에서 꼭 필요한 핵심 소재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초순수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초순수는 반도체 기판인 웨이퍼 세정에 사용된다.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미세한 나노 단위 회로로 구성된 반도체는 전자의 간섭을 없애야 한다. 전기 전달 물질인 이온이 제거된 초순수로 세척하는 과정이 필수다.

문제는 초순수의 높은 대외 의존도다. 초순수 기술 특허와 설계는 일본 등 해외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이는 해외에 반도체의 ‘급소’가 붙잡혀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초순수 자립을 서둘러야 한다. 나아가 초순수 산업은 그 자체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2020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20조 원에 이른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그 가치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적으로 초순수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초순수 기술 자립에 나섰다. 2025년까지 초순수 국산화로 반도체 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K반도체 전략의 핵심 파트너다. 2011년부터 초순수 실증화 기술 개발과 지적재산권 확보, 인프라 구축을 착실히 추진하면서 초순수 국산화를 준비했다.

올해는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과정 국산화 기술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하루 2400t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실증 플랜트를 설치하고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초순수 공정의 최대 60%를 국산화할 계획이다. 또 기업의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K반도체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으로 반도체 생태계 자립을 앞당기고자 한다.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들과의 협력도 이어가겠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초순수 개발 논의를 한 바 있다. 초순수 국산화를 반드시 이뤄내 반도체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가겠다.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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