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L당 1700원을 넘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L당 2300원대로 치솟았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휘발유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류세 인하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8.3원 오른 L당 1687.2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 가격은 9월 넷째 주부터 4주 연속 올랐다. 4주간 상승 폭은 0.8원, 1.9원, 8.7원, 28.3원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간 기준으로는 14일 휘발유 가격이 L당 1700.95원으로 2014년 12월 이후 7년 만에 1700원을 넘어섰다. 이어 17일에는 1721.23원까지 치솟았다. 휘발유 가격이 1년 만에 30%가량 급등한 셈이다. 전국에서는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전주 대비 30.8원 오른 1772.5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울 강남구의 주유소 36곳 중 10곳은 L당 2000원을 넘었다.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2300원을 웃돌기도 했다.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선행 지표인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물은 1.19% 오른 배럴당 82.28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다 12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탓에 수입물가가 올라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환율, 시장 상황 등이 휘발유 가격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기름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 회복세로 원유 수요는 늘고 있지만 산유국들이 생산을 제한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2012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을 때를 고려하면 앞으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20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 등이 뛰고 있는 데다 지난해와 비교한 기저효과로 인해 10월 소비자물가가 3%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대 물가가 현실화되면 2012년 2월(3.0%)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당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기름값이 계속 뛰면 3년 만에 유류세 인하를 통해 ‘체감 유가’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던 2018∼2019년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15%, 7%씩 인하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름값 등 전반적인 생활물가가 오르면 고용 임금도 함께 오르게 된다. 경기 회복은 지연되는데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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