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촘촘한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번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은 그만큼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한국의 주요 전자 기업은 애플을 주요 매출처로 두고 있어 이번 애플의 생산 차질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애플을 AVP일렉트로닉스, 베스트바이,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5대 매출처라고 밝히면서, 이들 5개 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 대비 약 13%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애플은 LG이노텍으로부터 카메라모듈을 공급받는데, 애플과의 거래가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3 생산 계획 축소는 통신칩, 파워IC와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생산 차질 우려는 동남아시아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셧다운, 중국의 전력난 소식과 함께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닛케이신문은 지난달 29일, 아이폰13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반도체와 카메라모듈이 베트남에서의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락다운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샤프 등이 위치한 베트남 하노이 지역의 경우 지난달 말 일시적 셧다운이 있어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G이노텍, LG전자,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베트남 하이퐁 지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생산이 줄어들면 거래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물량 감소를 상쇄할 대체 매출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반도체 칩 부족사태가 한국에게는 위기이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카메라모듈, 전자기판, MLCC와 같은 전자부품부터 가전, 스마트폰까지 완성된 제품에서까지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이 고객사이면서도 경쟁사라는 말하지 않느냐”며 “모바일용 D램 수요가 줄면 다른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려 매출 감소 등을 대응할 수도 있고, 삼성이 스마트폰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요를 감안할때 애플이 감산하는 수요는 삼성이나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할 수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점유한 모바일 D램 수요에 큰 영향은 안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스마트폰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차량용 반도체 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는 자동차용보다 훨씬 쉽고, 공정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도 많다”며 “지금 제조라인에 차량용 칩 등이 부족해 그쪽으로 좀 더 물량을 늘려서 발생한 일시적 부족이지, 다시 스마트폰용 칩 생산 배정 물량을 늘리면 부족현상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도체 공급 대란 내년까지 이어질 듯…시름 더하는 자동차 업계
가뜩이나 반도체 공급 대란에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는 공급부족 사태가 확산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름을 더 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FS(Auto Forecast Solutions 올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생산 차질 규모가 1015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 수요 8728만6000대 11.6%에 달하는 수치다.
LMC Automotive도 반도체 수급 차질 영향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신차 생산 전망치를 각각 6.2%, 9.3%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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