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뜯어 요리하고 희귀식물 재테크… ‘아파트 농부’ 돼볼까

이지윤 기자 입력 2021-10-13 03:00수정 2021-10-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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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17〉진화하는 플랜테리어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정나현 씨(27·여)는 최근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아파트 농부’가 됐다. 바질 잎을 뜯어서 스페인 전채요리인 ‘감바스’ 요리를 하고 로즈메리를 연유 커피에 올려 향긋함을 더한다. 이 씨는 “식물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 길러서 빵이나 방향제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며 작은 화분을 들인 걸 시작으로 작은 텃밭이 됐다”고 말했다.

○ 집에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길어지는 ‘집콕’ 생활로 집안 곳곳을 반려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가 진화했다. 공기정화식물과 다육이처럼 키우기 쉬운 반려식물을 창가에 두는 수준을 넘어 독특한 식물을 수집하고 손수 분갈이까지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려식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롯데쇼핑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식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급증했다. 식물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각종 용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예도구(172%), 화병·화분(155%), 흙·비료(114%)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플랜테리어를 위한 식물 종류도 다양해졌다. 기존에 공기정화식물, 다육이 등 관리가 편한 식물 위주로 키웠다면 최근엔 독특한 생김새의 수경재배식물(220%), 동양란(199%)이 급부상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최근 고객이 찾는 식물 종류가 다양해지고 분갈이, 영양제, 토분 등 관련 제품 판매도 크게 늘었다”며 “기존에는 고객들이 화분째로 구매해 그대로 키우기만 했던 것과 달리 식물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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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 셰프’들, 식용식물로 자급자족
허브, 채소 등 식용 식물을 길러 식탁에 올리는 ‘농부 셰프’도 많아졌다. 식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단순 시각적 차원을 넘어서 자급자족 차원으로 넓어진 것이다.

빛과 온도, 바람 등을 채소 종류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식물재배기도 잘 팔리고 있다. 2018년 국내 처음으로 식물재배기를 선보인 소형 가전업체인 교원 웰스에 따르면 지난해 식물재배기 판매량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올해에는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며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선 희귀식물을 직접 길러서 비싸게 판매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식물은 가지, 줄기 등 일부를 잘라 다시 심어 기르는 ‘삽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물계 명품 ‘몬스테라 알보’를 175만 원에 내놓는 판매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 몬스테라와 달리 이파리 무늬가 독특해 크기와 상태에 따라 한 줄기에 45만∼90만 원대에 판매되는데도 번번이 거래 완료되며 인기다.

동시에 집안 곳곳 늘어난 반려식물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거래로 되파는 사례도 늘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대학생 신모 씨(25)는 1년 가까이 키우던 화분 2개를 지난달 각 1만 원에 중고로 팔았다. 신 씨는 “지난해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식물을 사들였지만 여러 개가 쌓이자 관리하는 데 힘이 부쳤다”며 “등교가 시작되면 식물이 말라죽을 것 같아 중고로 되팔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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