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빨리 확보하면 뭐하나…유럽 경기회복, 미국에 뒤처진 이유

  • 뉴스1
  • 입력 2021년 7월 18일 1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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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지역이 올해 초 백신을 발빠르게 확보하고도 경기 호복에 있어선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이유가 백신을 실제 접종하는 속도가 느렸던데다 재정정책 강도 역시 미국보다 미약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속도는 재정정책의 강도와 백신 접종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8일 ‘해외경제포커스-팬데믹 이후 유로지역과 미국의 경기회복 격차 발생 원인 및 향후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두 지역의 경제성장률(GDP) 추이를 비교한 결과 지난해 3분기까지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3분기 이후 회복속도에 있어선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미국은 올해 1분기 위기 직전 수준에 거의 도달(2019년 4분기 대비 99.1%)한 반면 유로지역은 여전히 상당폭 하회(94.9%)했다. 소매판매도 지난해에는 두 지역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가 올해 들어 미국은 회복세가 빨라진 반면 유로지역은 회복이 지연됐다.

이를 두고 한은은 “미국의 재정정책 강도가 훨씬 강력했고 백신접종 속도도 빨라 미국 경제가 그만큼 빨리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2020년중 유로지역 주요국의 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는 4.1%~11.0%로 같은 기간 미국의 16.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2020년중 EU 재정부양책의 성장기여도는 2.2%포인트(p)로 추정됐으나, 미국의 경우 미 의회예산국 추정에서 4.7%p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상이한 재정상황, 세부내용에 대한 이견 등으로 유로지역 차원의 신속한 정책대응이 제약됐기 때문이다.

유로지역 접종률 역시 백신공급 지연으로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지난 1월8일 기준으로 Δ화이자 6억회분 Δ아스트라제네카 4억회분 Δ모더나 1억6000만회분 Δ얀센 4억회분을 확보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중 실제 백신 공급량은 예상수준을 크게 하회했다. 백신도입 초기인 2020년 12월에서 올해 1월까지 유로지역 접종률이 저조한 것은 미국에 비해 백신 승인이 늦고 접종의향이 낮은 데 주로 기인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EU의 경우 역내 공급(올해 1월 8일 누적 계약물량 기준) 비중이 높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올해 1월말에 승인한 반면, 미국은 주요 백신에 대한 승인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마쳤다.

또한 유로지역 거주자의 백신접종 의향(40~65%)은 미국(69%)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이렇듯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되면서 유로지역내 확진자수가 더욱 증가한 것이다.

한은은 다만 “백신접종 가속화, 재정정책 확대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유로지역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내년 1분기에는 팬데믹 이전 GDP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성장률은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이라며 “유로지역의 경제성장 확대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로지역 백신접종 상황이 4월부터 점차 가속화되면서 서비스업 업황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경제회복기금이 올해 하반기부터 집행돼 유로지역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또한 “글로벌 수요 개선, 역내 접종률 상승 등으로 역내 교역과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수출 및 관광업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팬데믹은 유로지역과 미국 간 잠재 GDP 괴리도 일시 확대시킨 것으로 평가되나 향후 유로지역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두 지역 간 잠재 GDP 괴리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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