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암호화폐 결제시장 주도권 싸움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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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지난해 전 세계 대형 금융주 중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스퀘어’였다. 스퀘어는 사실 오프라인 결제를 주요 영업 기반으로 삼아온 회사이기 때문에,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는 재평가됐다. 이유는 바로 암호화폐 거래 때문이다. 스퀘어가 자사 간편송금 서비스 캐시앱(Cash-App)의 차별화를 위해 추가한 암호화폐 거래 기능이 작년 암호화폐 시장의 활황과 맞물려 대박을 친 것이다. 그러자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도 이에 대응해 미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내놓았다.

페이팔과 스퀘어는 암호화폐 거래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지갑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더 나아가 디지털 화폐 결제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스퀘어는 오프라인 결제 관련 특허를 이미 확보했고, 페이팔도 올해 안으로 전 세계 온라인 가맹점에서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두 회사는 모두 기존의 송금 앱에 결제, 투자 등 다양한 금융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전자 지갑이 향후 디지털 화폐 시대에 있어 금융 거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최대 카드 결제 네트워크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암호·디지털 화폐 결제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자는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연계를 통해 실물 카드를 내놨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9월 각국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 및 유통, 거래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CBDC 테스트 플랫폼을 선보였다. 암호화폐를 넘어 CBDC가 통용되는 수년 후를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결제사들이 암호·디지털 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건 결제 수단의 변화에 발 맞춰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다. 현금과 카드 기반의 결제 시장이 디지털 화폐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가진 결제 인프라, 고객 기반, 기술력, 그리고 자본력을 활용해 차세대 결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결제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다날은 암호화폐 중 하나인 페이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망을 구축했다. 올해 초 페이코인을 매개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구축을 발표해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제 결제 산업에 대한 투자는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과 맞물려 차세대 결제 시장의 주도권 확보 싸움으로 초점이 확대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차세대 결제 시장의 승자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암호·디지털 화폐 결제 시장 역시 현재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결제사들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중심으로 게임체인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주효한 투자 전략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암호화폐#결제시장#주도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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