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장 추진 마켓컬리, 새벽배송 확대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슬아 대표, 김포물류센터 소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쿠팡에 이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38)가 국내 최대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세웠다. 마켓컬리의 주무기인 ‘새벽배송’ 분야에서 외형을 키워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를 늘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후발 주자를 따돌리는 방식이 쿠팡과 닮은꼴이다. 이 전략이 먹히면 투자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쿠팡의 모델을 따라하는 정도에 그쳐서는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넥스트 쿠팡’에 도전

김 대표는 30일 기업공개(IPO) 공식화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경기 김포시에 새로 지은 마켓컬리 물류센터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의 주된 관심사는 2015년 창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마켓컬리의 상장 전략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수익성만 위해 달리는 건 주객전도”라며 “고객가치를 우선하다 보면 수익은 따라온다”며 상장을 위해 수익 구조를 개선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새벽배송’의 선구자인 마켓컬리가 요즘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이커머스 시장 급변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는데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등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2019년 4289억 원에 비해 2배가 넘는 급성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 원으로, 2019년(1012억 원)보다 150억 원가량 증가했다.

영업적자 상태로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가치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만 인정받는다면 적자 기업의 상장 허들이 한국보다 낮다. 해외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등 해외 투자자가 많은 점도 쿠팡과 흡사해 미국행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 “상반기 중 새벽배송 지역 확대할 것”

2일 오픈한 마켓컬리의 김포 물류센터. 신선식품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자동화 시스템 QPS(Quick Picking System)를 도입했다. 같은 주문량을 처리할 때 인력의 20%를 감축하는 효과를 낸다. 컬리 제공
2일 오픈한 마켓컬리의 김포 물류센터. 신선식품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자동화 시스템 QPS(Quick Picking System)를 도입했다. 같은 주문량을 처리할 때 인력의 20%를 감축하는 효과를 낸다. 컬리 제공
마켓컬리 김 대표는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해외파 컨설턴트 출신이란 점에서 개인적으로 흡사한 지점도 많다. 김 의장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일했고, 김 대표는 미 웨슬리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맥킨지에서 근무했다. 김 대표는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당시 맞벌이 부부의 장보기 고민을 새벽에 현관 앞까지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창업으로 연결시켰다.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연내 상장을 고려하게 된 데 쿠팡의 상장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출 규모나 시장 영향력 면에서 차이가 커 쿠팡과 같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의 리스크는 국내 이커머스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과 달리 새벽배송이 수도권으로 한정된다는 건 큰 약점이다. 쿠팡은 전국 단위로 새벽배송이 가능한 데다 상장으로 확보한 추가 5조 원을 물류에 집중 투자한다. 마켓컬리도 상반기 중 새벽배송 지역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인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할 것”이라며 “몇 주 안에 지역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후보로는 대전, 세종 등이 거론된다.

김 대표는 “국내 식품 전체 시장에서 온라인 점유율이 아직 20%도 되지 않는다”며 “국내 시장도 기회가 충분하지만 필요하다면 글로벌화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마켓컬리#새벽배송#승부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