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금은?]파월 “투기적 자산” 한마디에…3000달러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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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3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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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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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6700만 원대에서 횡보하다 23일 6500만 원대로 하락했다. 해외에서도 5만7900달러대(약 6529만9620 원)에 거래되다 5만4800달러(약 6180만3440원)선으로 떨어졌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6529만 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6700만 원선을 유지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200만 원 이상 하락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의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같은 날 같은 시간 기준 5만4885달러로 24시간 전보다 4.4% 내렸다.

비트코인은 개당 7000만 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오다 기관투자자 등 이른바 ‘고래’(대형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매도에 나서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계속되면서 가격 급락을 저지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19일 비트코인 1000개 이상 보유한 대형투자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소규모 개인투자자의 유입으로 6만 달러(약 6800만 원)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8일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 보유한 대형투자자는 2488명이었지만 17일 2275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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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뱅크는 17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가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 됐다”며 “기관투자자가 추가적으로 진입할 경우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기차 모델3를 출시하면서 의심을 잠재운 테슬라처럼 잠재력을 실제 성과로 보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세일러는 21일 ‘타임(TIME)’지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상승랠리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 아닌 통화량 팽창에 따른 합리적인 대응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최근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아직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의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선 “비트코인은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고,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비판한다고 해서 이를 비난할 순 없다”면서도 “토마스 쿤은 새로운 혁명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 때 기득권층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통찰했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러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23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뱅킹을 주제로 연 원격 패널 토론회에서 “암호화폐들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라며 “어느 것도 암호화폐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또한 “달러화보다는 기본적으로 금의 대체재인 투기적 자산에 더욱 가깝다”고 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출렁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가상통화 분야가 실질적으로 가진 가치에 비해 과열돼 문제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통화 투자는 시장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지만 특정금융법 개정으로 가상통화 거래소에 거래내용 보고 의무가 생겨 시장이 투명해진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이충 암호화폐 교육기업 다스아카데미 대표의 ‘비트코인’ Tip

Q. 비트코인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인가?

“비트코인 가격도 다른 재화나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정된다.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공급(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는 제한자산이다. 더불어 지갑 분실이나 보유자의 개인 사정에 의해 소실된 수량은 300~500만 개로 추정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공급이 정해져 있는 상수라면 수요는 변수라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의 수요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양적완화정책, 2009년 이후 12년 동안의 비트코인의 역사에서 증명한 내재가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형 기관과 기업의 투자 러시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늘어난 수요에 따라 비트코인은 지난해 3월 코로나 위기 이후 900%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 상품인 금 선물 지수 120%, 나스닥지수 180%, 코스피지수 200%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수익률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전 세계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이 많은 코인베이스, 비트파이낸스 등의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시세가 결정되며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따라 코인 가격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각국 거래소의 시세차익을 이용해 재정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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