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 면담하자면 겁나”…‘쩐의 전쟁’ 밀리는 스타트업 전전긍긍

김성모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2-28 18:37수정 2021-02-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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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 개발직군 연봉 IT업계 최고 수준으로 결정 (직방 제공) © 뉴스1
“요즘 개발자들이 면담하자고 하면 겁부터 납니다. 큰 업체들이 줄줄이 연봉을 올리니 퇴사 면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한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를 선점하기 위한 게임 및 정보기술(IT) 업계의 ‘연봉 인상 배틀’에 스타트업, 중소 IT업체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신입 개발자 초봉 6000만 원 시대가 열리면서 ‘쩐의 전쟁’에서 밀리는 중소 업체나 스타트업들은 인재 확보는커녕 기존 개발자마저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급 개발자 양성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중개플랫폼 업체 ‘직방’은 최근 개발직군 직원들의 연봉을 2000만 원씩 일괄 인상했다. 개발자 신입 채용에는 초봉 6000만 원의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유명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도 최근 개발직군 연봉을 2000만 원 올리고, 개발직군 초봉 6000만 원을 보장했다. 쿠팡, 배달의민족도 개발자 초봉 6000만 원을 앞 다퉈 제시하며 인재유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반면 중소 IT업체나 스타트업들은 인재 유출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회사 경쟁력과 직결된 ‘A급 개발자’를 찾기도 어려운데, 있는 인력 빼가기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라이브커머스 관련 스타트업에서는 영상 관련 개발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대형 e커머스 업체로 이직했다. 이 대형 e커머스 업체가 최근 라이브 판매 방송을 시작하면서 IT업계 개발자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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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음성인식, 빅데이터 등 전문가 풀이 좁은 분야일수록 A급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경력직 빼가기가 횡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야에서 창업한 5년차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전공자에 실무경험까지 갖춘 개발자들은 이미 ”값이 뛰어 채용이 어렵다. 이들이 프로그램 수준을 좌우하는데, 겨우 키워놓은 인재들이 프로젝트 도중 이직해 개발이 중단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스타트업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개발자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전 업종에서 개발자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엔터테인먼트, 음식배달, 금융, 중고 거래 등 모든 영역에서 모바일 서비스가 중요해 지면서 개발자가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 IT업계 임원은 ”개발자들이 갈 분야가 너무 많아졌다. 이들이 연봉 협상에서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연봉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중소 IT업체와 스타트업까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려면 개발자 양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학과별 정원을 자유롭게 늘릴 수 없도록 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의 이론 교육에 의존하는 현행 시스템도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10년째 70명 선에 머물러 양적으로도 배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산학협력을 확대해 실무 경험 기회를 늘려줘 ‘질’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보다 못한 일부 기업들은 직접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나서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부터 개발자를 키우는 ‘우아한테크코스’를 운영 중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최근 기부금을 사용해 개발자를 키우는 ‘인공지능(AI) 캠퍼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중국 기업들은 파격적인 대우로 개발자들을 모셔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까다로운 비자조건 등이 발목을 잡는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는 특정 활동(E7) 취업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정부의 우수인재 유치 요건은 세계 500대 기업 1년 이상 전문직종 근무 경력, 세계 200대 대학 학위 소지자 등으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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