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긴 커진 대한항공 경영권… 조원태 웃으려면 “성과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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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7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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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대한항공 제공) 2020.4.27/뉴스1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대한항공 제공) 2020.4.27/뉴스1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주주가 되기로 하면서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빅딜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해야만 하는 정부와 경영권을 지키고자 하는 한진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는 평가다.

다만 산업은행이 항공업계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주요주주로 참여한 만큼 회사 경영에 정부 입김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조원태 회장이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려면 통합항공사를 운영하며 경영성과를 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한진칼이 발행할 5000억원 규모 신주를 인수해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산은은 3자연합(46.71%)과 조원태 회장 측(42.39%)에 이은 3대 주주에 올라 경영권 ‘캐스팅보트’를 쥘 예정이다.

산은이 주요주주로 들어오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상응해 줄어들게 된다.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은 41.1%에서 37.7%로, 3자 연합 지분율은 46.7%에서 41.7%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국적 1·2위 항공사 재편에 참여한 산은 입장에선 경영체제 안정이 중요한 만큼 조 회장 측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조 회장 측이 산은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면 50%를 훌쩍 넘는 지분율을 보유하게 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끝난다.

현재 기준으론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42.39% 수준이고 3자연합 측 지분은 46.71%으로 조 회장 측 지분을 앞서고 있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KCGI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과 산업은행의 밀실야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은이 주요주주로 들어오게 되면서 KCGI 주주연합 측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지만, 신주발행무효 소송 등에 나설 경우 인수과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KCGI는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제기, 임시 주총 소집 요구 및 신규 이사 추천 등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한항공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이 없다고 밝혔으나, 양사 노동조합을 설득해야 하고, 국내선 점유율 50%를 훌쩍 넘어서는 대형항공사 탄생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도 통과해야한다.

조 회장이 정부의 입김이 커진 상황에서 이 난관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경영성과를 내는 것이 주효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전날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 뒤 입장문을 통해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수송보국)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로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항공길이 언제 정상화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선 효율화 작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은행도 이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2조4000억원을 투입한 아시아나항공을 결국엔 정상화했다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빅딜은 산업은행이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5000억원)과 교환사채(3000억원) 등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을 지원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 2조5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유증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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