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급성장, 엇갈린 평가… “혁신 금융” “빚투 편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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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큰손 떠오른 카카오뱅크

출범 3년을 갓 넘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13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더니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컵라면’처럼 간편하고 빠른 대출 서비스를 앞세워 최근 3년간 늘어난 신용대출액이 기존 5대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은행권 1위에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인 인터넷은행이 출범 3년 차에 흑자 전환한 것 자체가 혁신’이라는 평가와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취지와 동떨어진 빚투(빚내서 투자) 시대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 신용대출 딛고 진격하는 ‘카뱅’

2017년 7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를 이끌며 빠르게 성장했다. 출범 4년 차인 올해 9월 말 기준 고객 수는 1310만 명, 수신 및 여신 잔액은 각각 22조9775억 원, 18조7304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의 등장과 가파른 성장은 지지부진하던 기존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은 카카오뱅크의 등장 이후 이른바 ‘컵라면 대출’이라고 불리는 쉽고 빠른 비대면 대출을 앞다퉈 내놓았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4조 원으로 1년 전보다 5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2017년 6월 이후 전체 은행권 신용대출액이 약 62조 원 늘어났는데 이 중 14조 원(22%)가량이 카카오뱅크 몫이었다. 5대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전체 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증가 규모로는 1위였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파른 신용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면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에 의문의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 “중금리 설립 취지 무색” vs “소비자 선택”

“자율에 맡기지 말고 차라리 모든 은행에 동일한 지침을 달라.”

지난달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속도 조절을 주문하기 위해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를 소집하자 일부 시중은행은 이렇게 요청했다고 한다. 자율적으로 규제 수위를 결정하라고 하면 비대면 신용대출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곁눈질하며 ‘눈치싸움’이 펼쳐질 테니 똑같은 지침을 달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허가를 내주며 발표했던 ‘중금리 대출 활성화’ 측면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가계신용대출 가운데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4등급 비중이 6월 말 건수 기준으로 93.5%를 차지했다. 배 의원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대출 증가나 중금리 대출의 책임을 인터넷은행에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는 시각도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투자 수요가 커지고 신용대출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금리 대출은 이용자의 수요와 은행의 수익성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가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낸다면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카카오뱅크#혁신 금융#빚투#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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