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홍남기…文정부 부동산 정책 최대 피해자 된 경제사령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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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매도계약까지 체결한 경기 의왕시 아파트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매각 불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도 빼줘야 할 처지여서 경제사령탑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8월 초 의왕시 아파트(전용면적 97.1㎡)를 9억2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매수인이 잔금을 못 줘 현재까지 소유권등기를 이전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 당시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기존 임차인이 주변 전세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이사 갈 전셋집을 찾지 못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 더 거주할 수 있다. 기존 임차인은 보증금 5억7000만 원에 전세를 들어왔지만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세금은 현재 7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

경기 의왕시는 6·17부동산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6개월 안에 실제로 전입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아 매수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런 분쟁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고 계약자 일부는 법적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전셋집 역시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비워줘야 할 상황이다.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1월 직접 거주하겠다고 통보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월부터 아내 명의로 보증금 6억3000만 원에 마포구 염리동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이 아파트 전세금이 2년 새 2억~3억 원 오른 데다 매물도 없어 홍 부총리는 아직도 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개인 사정에도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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