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총장 도전하는 유명희, ‘아프리카 돌풍’ 잠재울 묘수는

뉴시스 입력 2020-09-20 07:29수정 2020-09-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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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부터 2차 라운드 진행…최종 2인 선정
164개 회원국별로 선호 후보 2명에 표 행사
나이지리아·케냐 후보 강세…'다크호스'에 유명희
미·중·EU 등 강대국 표심에 주목…美 대선도 변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자유무역 수호자로 불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수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강력한 경쟁자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출신 후보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2차 라운드는 오는 24일부터 10월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치러진 1차 라운드에서는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 영국의 리암 폭스 등 5명의 후보자가 살아남았다.

이들보다 지지도가 낮았던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몰도바의 울리아노브스키 등 3명은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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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차 라운드 선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되며 WTO 의장단에서 선호도를 파악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후보자를 선정하게 된다.

164개 회원국 대사들이 구두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면 WTO 일반이사회 의장, 분쟁해결기구(DSB) 의장, 무역정책검토기구(TPRB) 의장이 최종 2인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최대 4명에게 표를 던질 수 있었던 1차 라운드와는 달리 이번에는 회원국별로 2명의 후보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 본부장의 라이벌로는 아프리카 출신인 나이지리아와 케냐 후보가 꼽힌다.

사실상 아프리카 후보 간 2파전 양상이며 유 본부장은 이들에 대항할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상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역대 WTO 사무총장에 아프리카 출신이 없었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당선됐던 2013년 경선에는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후보로 나선 바 있다. 박 전 본부장은 2차 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최종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에도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중남미 지역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표가 쏠렸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간 사무총장직을 선진국과 개도국이 번갈아 가면서 지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영국 후보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역대 사무총장을 보면 1대 피터 서덜랜드(1993~1995년, 아일랜드), 2대 레나토 루지에로(1995~1999년, 이탈리아), 3대 마이크 무어(1999~2002년, 뉴질랜드), 4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2002~2005년, 태국), 5∼6대 파스칼 라미(2005~2013년, 프랑스), 7~8대 호베르투 아제베두(2013~, 브라질)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 때문에 이번 2차 라운드가 유 본부장의 도전에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한국인 사무총장이 나오기 위해서는 구도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안배를 통해 아프리카 출신 후보자 중에 1명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고 보면 남은 기간 유 본부장의 행보에 따라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며 “최종 2인에만 포함되면 유 본부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미국과 EU, 중국의 표를 확보할 수 있는 외교력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통상 WTO 사무총장 선거에는 이들의 입김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유 본부장이 1차 라운드 막판 미국 현지에서 지지 교섭 활동을 펼친 이유다. 통상 미국은 자국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사를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배경에는 미국의 견제로 인한 WTO의 위상 저하가 언급되기도 한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등이 WTO의 개발도상국 특혜를 받고 있지만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WTO의 분쟁 해결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 위원들의 선임에 지속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WTO는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을 멈췄고 분쟁 해결 기능도 상실한 상태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아프리카 출신의 후보자들은 중국과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다른 후보를 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오는 11월 초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구제조치와 슈퍼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통해 보호무역주의 체제를 강화해왔다.

반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통령 시절부터 자유무역을 옹호해왔고 오바마 정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이력이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중국의 WTO 가입을 찬성했다는 점을 근거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결정권을 쥐고 의사 표명을 하는 것이지만 차기 정권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던 우리나라에 크게 불리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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