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5% 차지 화웨이 제재 직격탄… 4년만에 시가총액 역전당해
메모리 수요 줄며 하락세 이어져… “반도체 시장 패러다임 변화 가속화”
SK하이닉스가 4년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줬다. 주요 공급처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강화와 주력 제품인 D램 가격 하락으로 주가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인텔 시총을 제치는 등 반도체 시장 내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코스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52조2706억 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52조5350억 원)에 근소하게 뒤처졌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월 17일 종가 기준 10만5000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찍은 뒤 약세를 이어오다 20일 7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17일(현지 시간)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 발표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올해 5월 제재안이 대만 TSMC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를 겨냥했다면 이번 발표는 화웨이를 대상으로 한 모든 반도체 공급을 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화웨이 납품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 주가에 직격탄이 됐다.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 정부 발표 직후인 18일 2.62% 떨어진 데 이어 19일 3.97%, 20일 4.27%로 하락 폭이 커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시장 내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GPU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 엔비디아가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2위로 올라섰다. 또 고객사로부터 주문받아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는 TSMC는 주요 고객인 화웨이와의 결별 선언 이후에도 상반기(1∼6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세계 10대 시총 기업으로 등극했다.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수요가 줄며 ‘겨울’이 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7월 고정거래가격이 9개월 만에 하락해 전달보다 5.44% 떨어진 3.13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설계와 생산, 판매를 전담하는 전통 반도체 기업보다 설계, 생산 등 가치사슬의 일부분에 특화된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